인류가 반세기 만에 다시 유인(有人) 달 탐사를 추진하는 가운데 60년 동안 소식이 끊겼던 옛 소련의 탐사선이 달에서 발견됐다. 영국과 일본 연구진에 이어 러시아에서도 루나 9호로 추정되는 물체가 남긴 흔적을 찾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재 달 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선이나 다음 달 우주비행사들을 싣고 달에 가는 미국의 아르테미스 2호가 실제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1966년 2월 3일, 옛 소련의 무인(無人) 우주선인 루나 9호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연착륙했다. 루나 9호는 소련의 2세대 달 탐사선인 예-6(Ye-6) 프로그램의 12번째 우주선이었다. 11전 12기로 만든 연착륙 성공이었을 뿐만 아니라 최초로 지구 밖 천체의 표면 사진을 보낸 기록도 세웠다. 하지만 루나 9호는 착륙 직후 연락이 끊겨 지금까지 찾지 못했다.
◇아폴로 자료 학습한 AI, 루나9호 착륙지 지목
지구에서 고고학자들이 조상들이 남긴 유적을 찾듯, 과학자들도 달이나 화성으로 갔다가 종적을 감춘 우주선과 장비를 찾고 있다. 이들이 바로 우주 고고학자들이다. 당시 소련 언론은 루나 9호의 착륙 지점을 공개했지만 지구의 천체망원경이나 달 궤도를 도는 탐사선들도 루나 9호를 찾지 못했다. 우주고고학자들은 발상의 전환과 끈질긴 추적 끝에 루나 9호로 추정되는 물체를 찾아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행성과학센터의 루이스 피노(Lewis Pinault) 교수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산하 우주과학연구소의 야노 하지메(Hajime Yano) 박사는 기존 연구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사람 대신 인공지능(AI)을 쓴 것이다. 연구진은 천체 사진에서 미세 운석을 식별하기 위해 설계된 AI의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바꿔 달 표면 사진에서 인공 물체를 찾도록 했다.
연구진은 지난달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프레스 저널(npj) 우주 탐사'에 발표한 논문에서 AI가 미국의 달 정찰 궤도선(LRO)이 과거 아폴로 우주선들이 착륙한 지점을 찍은 사진들을 학습하고 이전에 분석한 적 없는 사진 속에서 루나 16호 착륙 지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60년 전 소련 신문 프라우다는 루나 9호의 착륙 좌표를 북위 7.13도, 서경 64.37도로 보도했다. AI는 그 주변의 가로세로 5㎞ 영역을 탐색한 결과, 북위 7.03도, 서경 64.33도에서 인공 물체로 추정되는 신호들을 포착했다. 하강 모듈로 추정되는 물체 외에도 약 100~200m 거리 내에서 여러 물체가 함께 발견됐다. 이는 루나 9호의 실제 착륙 과정과 일치하는 배치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최초로 지구 밖 천체 표면 사진 전송
과학자들은 루나 9호가 착륙 과정에서 역추진 엔진을 가동했을 때 표면의 먼지를 날려버린 곳은 주변과 빛 반사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2009년 달로 간 LRO는 달 상공 50㎞를 선회하면서 0.5m 크기 물체도 식별할 수 있는 카메라로 달 표면을 촬영했다. 이렇게 찍은 영상을 분석해 과거 아폴로 우주선들의 흔적을 잇따라 찾아냈다. 하지만 루나 9호는 찾지 못했다. 이번에 AI를 도입해 빛 반사율 차이로 인공 물체를 찾는 방법이 옳았음을 다시 입증했다.
루나 9호는 높이 2.7m, 무게 1.5t의 커다란 우주선이었지만, 최종적으로 달 표면에서 작동한 것은 지름 58㎝, 무게 100㎏의 작은 공 모양 캡슐이었다. 루나 9호 착륙 모듈은 달 표면 약 5m 높이에서 엔진을 끄고 캡슐을 방출했다. 당시 착륙선은 시속 22㎞로 달에 충돌했지만, 임무 캡슐은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착륙 직전 반대 방향으로 방출됐고, 동체를 둘러싼 에어백이 터져 충격을 흡수했다.
루나 9호 캡슐은 여러 차례 튕긴 후 폭풍의 대양(Oceanus Procellarum) 지역에 자리를 잡았다. 캡슐 안에는 무선 통신 시스템과 프로그램 장치, 배터리, 열 제어 시스템, 방사선 검출기가 장착됐다. 루나 9호의 캡슐은 공처럼 달 표면을 튕겨 다니다가 정지하고는 꽃잎 모양의 동체 패널을 펼쳤다. 430㎏ 무게의 착륙 모듈은 근처에 추락했다.
루나 9호는 지금처럼 태양 전지판이 없어 배터리로 3일만 작동했다. 이때 착륙지 주변을 찍은 파노라마 사진을 전송하고 방사선을 측정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달 표면이 깊은 먼지 바다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루나 9호는 지반이 단단함을 증명했다.
◇러시아 과학기자는 수작업으로 찾아내
러시아의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비탈리 예고로프(Vitaly Egorov)도 지난 4일 미국의 블로그 사이트인 텔레타이프(Teletype)에 루나 9호의 착륙지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는 소련 언론이 발표한 루나 9호의 착륙지 주변 50㎞ 반경을 탐색한 결과 북위 7.86도, 서경 63.86도에서 루나 9호로 추정되는 이미지를 찾았다고 했다.
예고로프는 민간 우주 기업인 다우리아 에어로스페이스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다. 그는 현재 '초록 고양이'란 뜻의 젤레니코트(Zelenyikot)라는 필명으로 우주 산업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예고로프는 2013년 미국의 화성 정찰 궤도선(MRO)이 찍은 영상에서 소련의 화성(Mars) 3호 착륙선을 찾았다. 화성 3호는 1971년 5월 28일 발사된 소련의 화성 무인 탐사선으로, 같은 해 12월 2일 처음으로 화성 표면 연착륙에 성공했다.
예고로프는 AI가 아닌 인간의 끈기와 지형 분석을 통해 루나 9호를 찾았다. 그는 1966년 루나 9호가 촬영한 지표면 파노라마 사진 4장을 다시 분석해 지평선에 보이는 언덕과 연대가 오래지 않은 충돌구의 흔적인 밝은 토양을 포착했다. LRO가 만든 3D(입체) 지형 데이터와 파노라마 사진의 특징적인 지형을 정밀하게 대조해 루나 9호가 있어야 할 곳을 계산했다. 즉 사진 속 풍경의 입체 지형을 분석해 사진사가 어디 있는지 찾아낸 것이다.
예고로프는 루나 9호의 비행 모듈이 추락하며 남긴 두 개의 작은 충돌 흔적을 116m 간격으로 발견했고, 그 인근에서 루나 9호 캡슐로 추정되는 아주 작은 점을 찾아냈다. 예고로프가 주장하는 루나 9호 발견 지점은 소련 언론이 발표한 공식 좌표에서 25㎞ 정도 떨어져 있다.
에고로프가 찾은 착륙 지점은 앞서 영국과 일본 과학자들이 제시한 곳과 다르다. 어느 쪽이 맞는지, 아니면 둘 다 잘못 잡았는지는 추가 탐사로 확인해야 한다.
예고로프는 다음 달 인도의 달 탐사선인 찬드라얀 2호로 해당 지역 촬영을 계획 중인 과학자들에게 이번에 찾은 좌표를 전달했다. 그는 "찬드라얀 2호 카메라의 해상도는 0.25m에 달해 이론상 우주선의 형태를 식별할 수 있다"며 "본체는 하나의 픽셀로, 네 개의 꽃잎 모양 안테나는 각각 별개의 픽셀로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LRO도 루나 9호 착륙지 후보를 검증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일본 과학자들은 1월 논문에서 "AI의 기계학습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이상 현상을 효율적으로 분리하지만, 물리적 해석과 검증에는 여전히 분야 전문성이 필수적"이라며 "루나 9호를 확인하려면 LRO가 그 지역을 다시 촬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예고로프는 지난해부터 해외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활동으로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외국 요원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그는 러시아가 전쟁보다 평화적인 우주 탐사에 돈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구에서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유적지를 관광하듯 우주고고학 성과가 우주 관광으로 이어질 날을 고대하고 있다. 예고로프는 "언젠가 사람들이 인류가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딘 그 장소를 가이드를 따라 방문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전쟁보다는 우주 관광이 더 멋지지 않을까.
npj Space Exploration(2026), DOI: https://doi.org/10.1038/s44453-025-00020-x
Teletype(2026), https://teletype.in/@zelenyikot/luna9f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