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개원 60주년 기념행사에서 초대 소장을 지낸 고 최형섭 박사를 AI로 복원해 기념 축사를 진행했다./안상희 기자

"60년 전 과학기술의 황무지나 다름없던 대한민국에 연구소를 짓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무모하다고 했지만 가난한 조국을 과학기술로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무거운 사명감이 우리에게 있었습니다. 이제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는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인류 난제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혁신의 길을 걸어가 주십시오. 세상을 바꾸고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연구를 해주세요."

10일 서울 성북구 KIST 본원 존슨강당. KIST 개원 60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다. 화면에는 2004년 별세한 KIST의 초대 소장 고 최형섭 박사가 등장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가 의심할 때 도전했고 남들이 주저할 때 앞장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구현한 최 초대 소장의 특별 축사에 이어 AI로 연구원 주제가(원가)를 복원한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최 초대 소장의 등장은 60년간 KIST가 노동집약적 경공업에 머물러 있던 대한민국을 기술 강국으로 탈바꿈시킨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상록 현 원장은 기념사에서 "KIST의 지난 60년이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끈 축적의 시간이었다면, 다가올 60년은 그 성과를 다시 사회에 돌려주는 환원의 시기가 되어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선진국 도약을 이끈 영광의 기록을 넘어, 국가와 사회가 당면한 난제를 해결하는 희망의 서사를 다시 써 내려가겠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성북구 KIST 본원 존슨강당에서 열린 KIST 60주년 행사에서 오상록 원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안상희 기자

오 원장은 "모방과 추격이라는 익숙한 성공 방식은 벗어던지고, 글로벌 일류에 걸맞은 품격을 성과로 입증해 보이겠다"며 "세상이 아직 정답을 찾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서, 가장 먼저 질문을 던지고 KIST만의 독창적인 해법을 설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기념식은 설립 초기의 자세로 돌아가 지난 60년간의 성과를 국민에게 보고하고, 미래 과학기술의 결실을 다시 사회로 환원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대국민 보고 및 비전 선포의 장'으로 기획됐다. 오 원장은 이번 기념식에서 '리턴투유(RE:TURN to YOU) 다시, 국민과 미래를 향해'라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이날 행사는 'KIST 60년, 과학기술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외교 사절, 과학기술계 주요 인사와 KIST 동문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KIST는 60주년을 기념해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를 통해 기념 특집호를 발간하며 지난 60년간의 연구 성과와 미래 비전을 국제 사회에 알렸다. 이와 함께 60주년 기념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기념일 60일 전부터 카운트다운 홈페이지를 통해 매일 KIST의 역사와 성과를 상징하는 60개의 키워드를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사전 행사로는 60주년을 맞아 KIST 역사관을 새롭게 재단장하고 오픈식을 개최해, 참석자들에게 연구원의 설립 배경부터 주요 연구 성과와 발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며 60주년의 의미를 한층 뜻깊게 했다.

이날 본행사 이후에는 KIST 60주년 기념 조형물 제막식이 거행됐다. KIST는 "앞으로도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싱크탱크이자 글로벌 연구 허브로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혁신적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