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이 단순히 특정 뇌 부위가 손상돼 생기는 것이 아니라, 운동·사고·행동을 조율하는 뇌 네트워크에 이상이 있을 때 발생한다는 사실이 美·中 공동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의대와 중국 베이징대 공동 연구팀은 파킨슨병 치료를 받는 환자 860여 명의 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정서·기억·운동 조절을 담당하는 회로가 과도하게 연결될 때 파킨슨병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파킨슨병, '잘못된 뇌 네트워크' 때문에 생긴다
파킨슨병은 세계적으로 1000만명 이상이 앓고 있는 진행성 신경계 질환이다. 근육 떨림, 운동 장애, 수면 장애, 인지 기능 저하 같은 심각한 증상을 유발한다. 지금까지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법은 일부 나왔지만, 질병 진행을 멈추거나 병을 완치하는 치료법은 아직까지 없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 860명 이상의 뇌 영상을 분석했고, 이 과정에서 'SCAN(Somato-Cognitive Action Network)'이라 불리는 뇌 네트워크에 주목했다. SCAN은 뇌의 활동을 조율하는 일종의 '중간 허브'다. 단순히 근육에 신호를 보내는 것을 넘어, 어떻게 움직일지 계획하고 조절하는 고차원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분석 결과, 파킨슨병 환자들은 이 SCAN이 감정 및 기억을 담당하는 심부 뇌 부위와 비정상적으로 강하게 얽혀 있었다. 근육 떨림, 몸의 강직, 인지 기능 저하 같은 파킨슨병의 다양한 증상이 개별적인 원인이 아니라, SCAN이라는 단일 네트워크의 조절 실패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뇌 수술 없이도 치료 효과 2배 올릴 수 있어"
연구팀은 이에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진행했다. 한 그룹은 SCAN을 정확히 겨냥해서 뇌 자극 치료를 했고, 또 다른 그룹은 SCAN 옆의 주변부 운동 영역을 자극했다. 그 결과 SCAN을 정확히 자극한 그룹은 평균 56%가량 증상이 호전됐다. 반대 그룹은 22% 정도만 증상이 좋아진 것과 비교하면, 치료 효과가 2.5배나 높았다.
이번 연구는 뇌 수술 없이 외부에서 자극하는 경두개자기자극술(TMS) 등의 비침습적 치료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SCAN 자극법을 쓰면, 뇌 수술 없이 겉에서 자극하는 치료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워싱턴대 의대 니코 도젠바흐 교수는 "SCAN을 정밀하게 표적화하면 증상 완화를 넘어 질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되돌리는 치료적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