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분석으로 새롭게 찾아낸 희귀한 우주 현상 사진들. 고리 모양 은하, 여러 은하가 합쳐지는 장면, 양쪽으로 갈라진 형태의 은하, 중력렌즈 현상으로 빛이 휘어 보이는 은하 등이다. /ESA·Hubble

과학자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허블 우주망원경 사진 약 1억장을 단 이틀 반 만에 다시 분석했다. 덕분에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던 희귀 우주 현상 약 800개를 새롭게 찾아낼 수 있었다.

유럽우주국(ESA)은 데이비드 오라이언과 파블로 고메즈 연구원이 우주 관측 사진을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검토할 수 있는 AI 도구를 개발해 허블 우주망원경의 과거 사진에 적용했다고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에 공개됐다.

허블 우주망원경은 지금까지 수많은 은하와 별을 찍어 왔다. 사람이 평생을 들여다봐도 다 못 보기 어려울 만큼 많은 우주 사진이다. 사진이 너무 많다 보니 하나하나 다시 살펴보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은하가 서로 충돌하는 장면이 찍혔거나, 멀리 있는 은하의 빛이 중간에 있는 거대한 천체 때문에 휘어 보이는 '중력렌즈 현상'이 포착돼도 이를 다시 찾아내기 쉽지 않았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비(非)전문가가 은하 분류에 참여하는 시민 프로젝트가 제시되기도 했지만, 이 방법으로도 30년 넘게 쌓인 허블 우주망원경 데이터 전체를 다시 확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희귀한 별을 탐색하고 구별할 수 있도록 학습시킨 AI 모델 '애노멀리매치(AnomalyMatch)'를 개발했고, 이를 활용해 허블 우주망원경의 사진 저장소인 '허블 레거시 아카이브'에 있는 사진 1억여 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애노멀리매치는 이틀 반 만에 모든 검토를 마치고 다양한 '이상 현상'을 찾아냈다. 연구진이 이를 직접 확인한 결과, 1300개 이상은 실제 희귀 우주 현상으로 판명됐다. 이 가운데 약 800개는 이전에 보고된 적 없는 새로운 사례였다.

새롭게 확인된 현상엔 중력렌즈 후보 천체 86개, 해파리은하 18개, 은하의 합병과 은하 간 상호작용 417개가 포함됐다. 해파리은하는 가스가 길게 늘어져 마치 해파리처럼 보이는 희귀한 은하를 가리킨다.

우주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장면들을 AI가 대량으로 찾아낸 것이다.

고메즈 연구원은 이번 성과를 두고 "AI가 쌓여 있는 관측 데이터를 어떻게 새로운 과학 성과로 바꾸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했다.

연구진은 NASA의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 ESA의 유클리드 우주망원경, 그리고 지난해 칠레에서 가동을 시작한 베라 루빈 천문대 같은 차세대 관측 시설에서도 앞으로 AI 분석이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전에 본 적 없던 우주의 숨은 모습을 AI를 활용해 앞으로도 계속 발견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