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신장 질환 환자 2명 중 1명은 심장 합병증을 겪는 이유가 뭘까?" 이 질문은 오랫동안 의학계의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최근 미국 연구진이 이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1일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범인은 바로 병든 신장이 혈액 속으로 몰래 내뿜는 '독성 미세 입자였다고 한다.
미 마운트 시나이 아이칸 의과대학과 버지니아 의과대학 연구팀이 손상된 신장이 내뿜는 미세 입자가 혈액을 타고 이동해 심장을 직접 공격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 결과는 1일 의학 저널 '순환(Circulation)에 소개됐다.
◇아픈 신장이 심장에 '독성 미세입자' 뿜는다
연구팀은 우리 몸속 세포들이 정보를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일종의 '나노 배달물'인 '세포외 소포(Extracellular Vesicles)'에 주목했다.
세포외 소포는 본래 단백질이나 유전 정보를 담아 운반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신장이 병들고 손상될 경우엔 '독성 폭탄'이 될 수 있다. 심장을 공격하는 독성 미세입자를 세포외 소포가 배달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건강한 사람과 신장이 아픈 환자 50명의 피를 뽑아 꼼꼼히 비교했다. 그랬더니 신장이 나쁜 사람들의 피에서만 '심장에 나쁜 미세입자'가 다 발견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미세입자 속엔 또한 심장 근육을 아프게 만드는 '비코딩 RNA'란 유전 물질이 있었다. 비코딩 RNA는 본래 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지만, 신장이 병들 경우엔 다른 세포 기능을 억제하고 섬유화를 유도 조직을 딱딱하게 만든다. 심장 근육을 병들게 하는 핵심 원인인 셈이다. 반면 신장이 건강한 사람의 피에서는 독성 미세 입자가 나오지 않았다.
신장이 직접 이렇게 심장을 향해 독성 미세물질을 보낸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의학계는 상당수의 신장병 환자가 심장 질환도 앓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붓기나 염증, 당뇨병이나 고혈압, 노화 같은 간접 원인들을 찾곤 했다.
◇피 한 방울로 심장 합병증 미리 막는다"
연구팀은 이후 동물 실험을 진행, 약물로 혈액 내 이 독성 입자들을 줄였을 때 효과를 살펴봤다. 그 결과 미세 독성입자가 줄어들면, 신장이 좋지 않을 때도 심장 기능이 개선되고 심부전 증상도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덕분에 앞으로 사전에 신장 환자들의 혈액을 검사해 미세 독성 입자 수치를 측정하면, 심장병이 생기기 전에 미리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미세 독성입자를 줄이는 약물을 쓰거나 공격적인 예방 치료를 함으로써 심부전 등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