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하면 전자파 때문에 암에 잘 걸린다는 속설이 퍼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 연구 결과 휴대전화 사용과 뇌암 발생 간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pixabay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휴대전화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선주파수(RF)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암 발생이 늘어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본 연구진과 함께 대규모 동물 실험을 진행한 결과, 전자파 노출과 뇌종양 및 심장종양 발생 사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3일 밝혔다.

RF 전자파는 휴대폰이 기지국과 신호를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전파로, 이번 연구는 특정 주파수와 강도에서 장기간 노출이 종양 발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핀 것이다.

이번 연구는 휴대폰 전자파 인체 안전 기준의 근거가 된 노출 수준에서 발암 가능성을 점검하고, 2018년 미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독성연구프로그램(NTP)이 수컷 쥐를 900㎒ CDMA 전자파에 평생 노출했을 때 뇌·심장·부신 종양 증가를 관찰했다고 보고한 결과를 재검증하기 위해 추진됐다. 연구진은 2019년부터 한·일 공동 연구 형태로 장기 동물 실험을 시작했으며, 국가 간 데이터를 통합해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실험 조건을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연구는 NTP와 동일한 연구 시스템을 적용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독성 시험 가이드라인에 근거한 공동 프로토콜을 수립해 실시했다. 실험 동물과 사료, 장비, 전자파 노출 환경을 한국과 일본에서 동일하게 맞췄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자파를 일정하게 노출하기 위해 ETRI가 설계한 잔향실 기반 RF 노출 챔버를 양국에 각각 설치했고, 노출량 측정과 시뮬레이션을 병행했다. 잔향실은 전파가 공간 안에서 비교적 균일하게 퍼지도록 설계된 구조로, 동물이 받는 노출 조건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된다.

실험은 RF 전자파 노출군, 허위 노출(Sham)군, 케이지 대조군 등 3개 그룹으로 구성됐다. 허위 노출군은 실험 환경은 같지만 실제 전자파는 쬐지 않는 그룹으로, 전자파 자체의 영향을 분리해 보기 위해 설정된다. 각 군당 수컷 쥐 70마리를 대상으로 임신 초기부터 출생 이후 생애 전 주기인 104주 동안 4W/㎏ 강도의 900㎒ CDMA 전자파를 노출했다. W/㎏는 몸무게 1㎏당 흡수되는 전자파 에너지의 크기를 뜻하는 지표로, 연구진은 이번 강도가 인체 안전 기준 설정에 참고가 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관찰 결과, 전자파 노출에 따른 체온·체중·사료 섭취량 변화 양상은 한·일 양국에서 전반적으로 유사하게 나타났다. 다만 사료 섭취량은 전자파 노출군이 허위 노출군보다 다소 낮은 경향을 보였다. 생존율은 한국에서는 군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일본에서는 전자파 노출군의 생존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종양 발생 분석에서는 한국의 경우 모든 실험군의 종양 발생률이 자연 발생 범위 안에 있었고, 심장·뇌·부신 등 주요 장기에서 전자파 노출군과 허위 노출군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 역시 종양 발생률과 발생 시점에서 군 간 차이가 없었으며, 주요 표적 장기의 종양은 낮은 발생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근거로 CDMA 휴대전화 전자파의 장기 노출과 뇌·심장 및 부신 종양 발생 사이에 유의한 관련성이 보이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안영환 신경외과 교수는 "인체 보호 기준의 근거가 되는 노출 수준에서 NTP가 보고한 종양 증가 결과가 재현되지 않았다"며 "휴대전화 전자파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해소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TRI는 향후 4G와 5G가 공존하는 복합 전파 환경에서도 발암 연관성을 규명하는 후속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