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감과 경험에 크게 의존해 온 아날로그 반도체 설계를 자동화하기 위한 인공지능(AI)이 나왔다.
김병석 포스텍 전자전기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아날로그 반도체 설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AI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트랜잭션스 온 서킷 앤드 시스템스(Transactions on Circuits and Systems)'에 지난해 10월 게재됐다.
반도체는 스마트폰과 자동차, AI 서버 등 현대 산업 전반을 지탱하는 핵심 부품이지만, 설계 과정은 여전히 사람 손이 많이 탄다. 특히 회로 성능과 안정성을 좌우하는 배치·배선(레이아웃) 작업은 수많은 설계 규칙을 만족해야 해, 엔지니어가 직접 구조를 맞춰가며 완성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날로그 반도체는 디지털보다 구조가 복잡하고 회로마다 설계 방식이 크게 달라 자동화 자체가 까다롭다. 여기에 반도체 설계 데이터는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외부 공개가 제한돼,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도 쉽지 않다는 점이 기술 확산의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연구진이 주목한 해법은 대규모 데이터로 먼저 학습한 뒤 소량의 추가 학습만으로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는 범용 AI, 즉 '파운데이션 모델' 접근이다. 연구진은 아날로그 회로를 실제 반도체 칩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기하학적 패턴(레이아웃) 설계를 AI가 스스로 익히도록 학습시키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실제 반도체 설계 데이터 6개를 바탕으로 약 32만개 규모의 학습 데이터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사전학습을 마친 AI는 설계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공통 구조와 패턴을 학습해, 비교적 적은 추가 데이터만으로도 회로 연결과 구조 형성에 필요한 설계를 수행할 수 있었다.
검증 실험에서는 AI가 생성한 설계의 96.6%가 설계 규칙과 회로 검증을 모두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기존처럼 작업마다 별도의 AI 모델을 새로 만들 필요 없이, 하나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다양한 아날로그 설계 과제로 확장할 수 있어 설계 인력 부담을 낮추고 개발 기간 단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석 교수는 "데이터 부족으로 가로막혀 있던 아날로그 반도체 설계 자동화의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넓힌 결과"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IEEE Transactions on Circuits and Systems(2025), DOI: https://doi.org/10.1109/TCSI.2025.3615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