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제1차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 종합계획'과 '제1차 양자클러스터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양자 분야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단계라는 점을 전제로, 해외 주요국의 정책 속도에 맞춰 산업화 기반을 갖추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종합계획은 연구개발(R&D) 중심 접근에서 한 단계 나아가 제조·인력·기업·활용사례까지 포함한 산업 로드맵을 담았다. 정부가 제시한 장기 목표는 2035년까지 세계 1위 수준의 양자칩(퀀텀칩) 제조 역량 확보, 양자 분야 인력 1만명 양성, 양자기업 2000개 육성 등이다. 글로벌 공급망 측면에서는 국내 기업이 양자 소부장 핵심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관련 생태계를 한데 모으는 구상도 함께 언급됐다.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2028년까지 완전 국산 양자컴퓨터 개발을 중단기 목표로 제시했다. 과기정통부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풀스택(시스템 전반) 생태계를 구축하고, 스케일업·원천기술·양자처리장치(QPU) 개발 등 핵심기술 내재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보급형 양자컴퓨터 개발 챌린지 등 기업 주도형 과제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할 성능 시험 인프라와 테스트 환경(테스트베드·관련 시설) 확대 필요성도 설명했다.
소프트웨어·활용 측면에서는 2030년까지 산업 활용사례(Use-case) 100건 발굴을 목표로 잡았다. 현재 양자컴퓨터 인프라 활용 비용이 매우 높아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이 활용사례를 만들기 어려운 만큼, 양자컴퓨터와 고전 컴퓨터(HPC), 인공지능(AI)을 연동하는 하이브리드 인프라를 구축하고, 알고리즘 센터 등을 통해 활용사례 발굴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양자 시뮬레이션 결과로 데이터를 생성해 AI 학습의 데이터 부족 문제를 보완하는 연계 프로젝트도 추진 대상으로 제시됐다.
양자통신 분야에서는 2028년 국가 혁신망에서 양자암호통신 시연을 추진하고, 2030년까지 위성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을 목표로 제시했다. 과기정통부는 양자키분배(QKD) 테스트베드 확대를 통해 국가 핵심 인프라에 양자 보안을 실증하고, 상용화를 위해 비용 절감·장비 소형화 기술을 병행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전용망(다크파이버) 중심에서 벗어나 기존 파장분할다중(WDM) 방식 광망에서도 양자정보통신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개발, 국방 분야 연계 기술 고도화도 추진 과제로 언급됐다. 장기적으로는 2035년 이후 양자인터넷 구현을 위한 원천기술 확보도 과제에 포함했다.
양자센서 분야에서는 의료·국방 등 조기 상용화 가능성이 있는 과제를 선별해 시제품 제작부터 사업화까지 집중 지원한다. 바이오 분야 자기장 센서 상용화와, 2030년을 목표로 GPS 의존도를 낮춘 항법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제시됐다. 국방 연계 기술은 파일럿 프로젝트 형태로 실증을 병행하고, 바이오·반도체 등 산업 적용 아이템도 초기부터 발굴해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기반 조성 측면에서는 30년 장기 목적형 기초연구(전략형 기초연구) 확대와 함께 실패를 허용하는 혁신·도전형 국가 R&D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연구를 초결집하기 위한 가칭 '국가 양자 연구소' 설립 구상도 검토 대상으로 언급됐다. 위성·우주 등 대형 과학 프로젝트에 양자기술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전 검토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인력은 AI 영재학교와 양자대학원 등을 통해 핵심인재를 매년 100명 배출하고, 양자 특화 학부 신설 등 교육 기반을 넓히는 방안을 추진한다. 산업 현장의 양자 전환 수요를 고려해 재직자 전환 교육과 산업 활용 인력 양성도 함께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국제협력은 정부·산업·민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공급망 협력·국제표준화·보안 정책 공조 등을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 정부, 2030년까지 '양자클러스터' 최대 5곳 지정
제1차 양자클러스터 기본계획에는 2030년까지 지역 특화산업과 연계한 5대 분야(양자컴퓨팅·통신·센서·소부장·알고리즘) 클러스터를 최대 5개 지정하는 방안이 담겼다. 현재 미국·영국·캐나다·네덜란드·일본 등 주요국이 다양한 형태의 양자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기능별 특화 허브를 조성해 산업을 키운다.
심주섭 과기정통부 양자혁신기술개발과장은 "국내는 중소기업 중심·지역별 산발적 추진이 많았다"며 "정책·기업·지역 역량을 결집할 거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클러스터 구상에는 클러스터 간 연결을 강화하는 '퀀텀 고속도로' 개념도 포함됐다. 퀀텀 고속도로는 양자 관련 인프라(테스트베드, 파운드리, 컴퓨팅 인프라 등)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정부는 지역 주력산업(반도체·바이오 등)과 양자기술을 결합해 양자전환(QX) 성공 사례를 만들고, 소부장 육성까지 연계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연구 성과가 연구실에 머무르지 않도록 개념검증(PoC)·사업화 지원, 국가 인프라 공동 활용, 수요 기반 기술 매칭 플랫폼 구축 등도 추진 과제로 담겼다. 창업 생태계 측면에서는 스타트업 발굴·스케일업·해외 진출 지원을 포함한 성장 지원책이 언급됐고, 교육부 사업과의 연계 가능성도 거론됐다.
과기정통부는 클러스터 추진 일정으로 올해 2월 지역 개발계획 수립지침 마련, 3~6월 사전 기획 및 공모 절차 진행, 5월 신청 접수, 7월 최종 지역 확정을 제시했다. 클러스터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해 중복 투자와 분절을 줄이겠다는 방침도 함께 설명했다.
정부는 해외 선도기업과의 협력을 병행해 글로벌 양자 허브로의 도약을 추진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올해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IonQ)의 양자컴퓨터를 국내에 도입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터와 연동, 하이브리드 연구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열린 행사에서 과기정통부는 아이온큐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에는 국내 공동연구센터 설립과 3년간 연 500만달러(약 71억원) 투자 등이 포함됐다.
또 삼성전자·LG전자, SKT·KT, 국민·신한, 한화·LIG 등 주요 기업이 참여하는 '양자기술 협의체'도 출범했다. 정부는 협의체가 산업 현장의 난제를 양자기술로 풀 수 있는 과제를 발굴하고 초기 시장 창출을 주도하도록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양자기술은 AI 이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이라며 "종합계획과 클러스터 계획을 통해 산·학·연·관 역량을 모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