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뉴스1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폐지하고, 사업 성격에 따라 점검·관리 체계를 바꾸는 내용의 '국가재정법'과 '과학기술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29일 밝혔다.

개정된 국가재정법에 따라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 대규모 국가 R&D 사업은 예타 대상에서 제외된다. 과기정통부는 기술 주도권 확보가 중요한 분야에서 투자 결정을 더 빠르게 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문턱을 낮추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예타가 사라지면서 신규 사업 기획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보완하기 위해, 과학기술기본법에는 사전점검 제도가 새로 들어갔다. 1000억원 이상 R&D 사업을 대상으로 예산 심의에 앞서 사업계획서를 검토하는 절차를 두고, 사업 유형에 따라 적용 방식을 달리한다는 내용이다. 후속제도는 R&D 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연구시설⸱장비 구축 등의 구축형 R&D사업과 그 외 R&D사업으로 구분하여 적용된다.

과기정통부는 인공지능(AI), 첨단 바이오 등 R&D 성과가 빠르게 축적되는 분야는 신속·유연한 추진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기존 R&D 예타는 통과까지 평균 2년 이상 걸려, 국가전략기술 확보가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과기정통부는 양자기술 사례를 들며, 2016년 기술 태동기부터 예타를 추진했지만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대규모 투자가 지연돼 현재 미국과의 기술 격차가 6년 이상 벌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예타 폐지 이후에도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도록, 전년도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사업 계획서를 미리 점검하는 절차를 추가해 속도와 점검을 동시에 확보하겠다고 했다.

반면 연구 시설·장비 구축처럼 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구축형 R&D'에는 별도의 심사 체계를 강화한다. 신규 사업의 추진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는 사업 추진 심사와, 추진 과정에서 계획 변경이 필요할 때 적정성을 따지는 계획 변경 심사를 도입해 전주기 관리 체계를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4월 출연연 연구자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예타 폐지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84%였다고 밝혔다. 부처는 예타가 2008년 도입 이후 R&D 추진의 속도와 유연성을 떨어뜨린다는 현장 의견이 누적돼 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개정 법률 시행에 맞춰 점검 기준과 절차 등 세부 운영방향을 담은 행정규칙 제·개정을 추진하고, 관계 부처 및 전문기관을 대상으로 설명을 이어가며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R&D 투자·관리 체계를 혁신하겠다"며 "사전점검을 통해 재정 건전성과 사업 추진의 체계를 함께 확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