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계에서 아프리카와 서유럽의 초기 인류는 약 30만~5만년 전부터 석기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지만, 동아시아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방식을 오래 고수하다 약 4만년 전에야 복잡한 도구가 등장했다는 주장이 반복돼 왔다. 최근 이런 통념을 바꿀 새로운 유적이 발견됐다.
중국과학원(CAS), 호주 그리피스대 등 국제 연구진은 중국 중부 허난성 시거우에서 약 16만~7만2000년 전 사람들이 만든 것으로 보이는 석기 2601점을 발굴했다. 연구 결과는 28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다.
연구진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은 돌을 그냥 깨서 쓰는 수준을 넘어, 작고 날카로운 돌 조각을 만들어 여러 작업에 활용했다. 이 돌 조각은 칼날처럼 쓰기 좋아 고기 손질, 나무·가죽 가공 같은 일에 유용하다.
또 돌 모양을 미리 다듬어 원하는 조각을 얻거나 도구의 가장자리를 다시 손질해 성능을 높이는 도구들도 확인됐다. 쉽게 말해 대충 깨서 쓰는 돌이 아니라, 목적에 맞춰 설계하고 다듬은 도구가 많았다는 뜻이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복합 도구의 증거도 확인했다. 복합 도구는 돌 조각을 손잡이와 결합한 형태로, 돌 조각보다 힘을 더 안정적으로 전달하고, 손을 덜 다치게 하며 작업 효율도 높일 수 있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손잡이 달기를 기술 진화의 중요한 이정표로 본다. 돌을 깨서 쓰는 수준을 넘어 어떤 형태의 돌날이 필요한지 계획하고, 손잡이에 맞게 정밀하게 가공하며, 결합했을 때 성능이 좋아진다는 점을 이해해야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젠핑(Jian-Ping Yue) 중국과학원 연구원은 "자루 달린 석기의 존재는 시거우 일대에 살던 초기 인류가 높은 수준의 행동 유연성과 창의성을 갖고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도구 표면의 미세한 마모를 분석해 나무나 갈대 같은 식물성 재료를 자르거나 다듬을 때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사냥 도구뿐 아니라 가공이나 제작, 채집 같은 일상 노동의 폭이 꽤 넓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연구진은 "발굴된 석기가 쓰이던 시기는 중국에서 큰 뇌를 가진 인류가 공존했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때와도 맞물린다"며 "석기 도구에서 드러나는 기술적 전략은 인류 조상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6),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5-67601-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