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장에서 공생하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컬러로 표현된 현미경 사진./Eye of Science

감염이 시작되는 입·호흡기·장 같은 점막에서 강한 면역을 유도하려는 점막 백신이 차세대 백신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점막은 외부 물질에 둔감해 백신을 투여하더라도 충분한 면역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국내 연구진이 장내 미생물 대사산물을 활용해 이 난제를 풀 실마리를 제시했다.

임신혁 포스텍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교수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대사산물 '부티르산(butyrate)'이 점막 면역의 핵심 세포를 활성화해 항체 생성을 촉진하고, 점막 백신 반응까지 강화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지난 21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연구진이 주목한 표적은 장 점막 면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T 여포 보조 T세포(Tfh)'다. Tfh 세포는 항체를 만드는 B세포를 돕고, 면역 반응의 방향과 강도를 좌우하는 핵심 조절자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점막 백신이 점막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점막 조직에서 유래한 Tfh 세포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봤다.

실험 결과, 소장의 면역 조직인 파이어패치(Peyer's patch)에서 유래한 Tfh 세포는 전신 면역을 담당하는 비장 유래 Tfh 세포보다 점막 항체인 IgA 생성을 훨씬 강하게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특정 장내 미생물을 제거한 쥐 모델에서는 Tfh 세포와 IgA 항체가 함께 감소했지만, 미생물을 다시 공급하자 면역 반응이 회복되며 장내 미생물과 점막 면역의 연결 고리가 확인됐다.

그 중심에 있는 물질은 유익균이 만들어내는 짧은사슬지방산 계열 대사산물 '부티르산'이었다. 연구진은 부티르산이 Tfh 세포와 B세포를 활성화하는 신호로 작용해 IgA 항체 반응을 끌어올린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부티르산 전구체인 트리부티린(tributyrin)을 투여한 모델에서는 IgA 생성이 증가했고, 살모넬라 감염에 대한 방어력도 개선됐다.

임신혁 교수는 "장내 미생물이 소화를 돕는 수준을 넘어, 면역계 핵심 세포의 기능과 백신 반응까지 직접 조절한다는 점을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미생물 대사산물을 활용한 차세대 점막 백신과 면역 치료 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Microbiome(2026), DOI: https://doi.org/10.1186/s40168-025-022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