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24일(현지 시각) 아르테미스 1호의 오리온 우주선이 달과 지구를 동시에 포착한 사진을 '오늘의 천체 사진'으로 발표했다. 2022년 11월 21일 찍은 사진이다. 태양이 저녁에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듯, 80억명이 살고 있는 지구도 달 아래쪽 가장자리 너머로 막 넘어가고 있다. 지구넘이(earthset) 순간이다.
미국은 1972년 아폴로 17호 이래 중단됐던 유인(有人) 달 탐사를 반세기 만에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으로 재개했다. 2022년 아르테미스 1호 임무는 센서를 장착한 마네킹을 태운 오리온 우주선이 달 궤도를 도는 무인(無人) 시험 비행으로 진행됐다. 오리온을 실은 우주발사체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은 그해 11월 16일 오전 1시 47분(미국 동부표준시) 플로리다주에 있는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54년 만에 유인 달 탐사 재개
당시 오리온은 임무 여섯째 날 이 사진을 찍었다. 이후 25일간 임무를 마치고 그해 12월 11일 지구로 귀환했다. 오리온은 임무 동안 자체 엔진을 가동해 달 표면에서 130㎞까지 접근하는 근접 비행을 했다. 이 비행 기동으로 얻은 속도는 오리온이 달 주위의 '원거리 역행 궤도(DRO·Distant Retrograde Orbit)'에 진입하는 데 사용됐다.
원거리 역행 궤도는 달에서 9만2000㎞ 더 멀리 떨어져 있어 '원거리'라 하고, 공전 방향이 달과 반대여서 '역행'으로 분류된다. 달은 지구를 반시계 방향으로 공전하지만, 오리온은 그 반대 방향인 시계 방향으로 달 궤도를 돌았다. 원거리 역행 궤도는 지구와 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활용하기 때문에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장기간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리온은 달을 공전하며 단열재와 생명 유지 시스템 등을 시험했다. 2022년 11월 28일에는 지구에서 가장 먼(약 40만㎞) 지점에 도달했다. 이는 1970년 아폴로 13호가 세운 기록을 넘어선 것으로, 유인 우주 탐사를 위해 설계된 우주선 중 가장 멀리 나간 기록이다.
곧 우주인들이 오리온에서 달 너머로 지구가 사라지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보내올 것으로 기대된다. NASA는 지난 17일 아르테미스 2호 임무를 진행할 오리온과 SLS 발사체를 케네디 우주센터로 옮겼다. 아르테미스 2호는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우고 달을 공전한 후 귀환하는 임무인데, 이르면 2월 6일 발사될 예정이다.
10일간 진행될 이 비행은 아폴로 17호 이후 54년 만에 이뤄지는 첫 유인 달 탐사 임무다. 달 궤도 비행에서 수집한 정보는 2027년 아르테미스 3호의 우주인 달 착륙 임무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도 달 탐사, 유럽·일본·인도는 심우주
과학계는 올해 각국의 우주 탐사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2026년이 우주 선진국들의 우주 탐사 경쟁이 치열해지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미중(美中) 간 달 탐사 경쟁이다.
미국이 다음 달 오리온 우주선을 달 궤도에 보낸다면, 중국은 8월쯤 차기 달 무인 탐사선인 창어(嫦娥) 7호를 달 표면으로 보낸다. 창어 7호는 암석과 충돌구가 산재한 달 남극에 착륙하기 위해 충격 흡수 기능을 갖춘 점프형 우주선으로 개발됐다. 창어 7호는 달 남극의 풍부한 얼음을 탐사하고 달의 지진도 연구할 예정이다.
유럽과 일본, 인도는 달 너머 심우주를 탐사한다. 일본은 화성의 두 위성인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탐사하는 MMX(Martian Moons eXploration·화성 위성 탐사)를 발사한다. 이 우주선은 포보스 표면의 토양 시료를 채취하고 2031년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유럽우주국(ESA)은 올해 말 행성 탐사선인 플라토(PLATO)를 발사한다. 플라토는 탑재 카메라 26대로 20만개 이상의 밝은 별을 관측하며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온도의 '지구형 행성'을 찾을 계획이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의 첫 태양 탐사선인 아디티야-L1은 태양 활동 극대기를 근접 관측한다. 최근 태양은 11년 만에 태양 활동 극대기로 접어들었다. 태양 활동 극대기에 고에너지 입자가 뿜어져 나오면 인공위성이나 통신, 전력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지속적인 관측이 필요하다.
아디티야-L1은 2024년부터 지구에서 약 150만㎞ 떨어진 곳에서 태양을 지속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제1 라그랑주점(L1) 궤도에 자리 잡았다. 라그랑주점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상쇄돼 안정적인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과연 우주 선진국들의 탐사 경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