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이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미국에서 새로 작성되는 코드 중 AI의 도움을 받은 비율이 2022년 5% 수준에서 2024년 말에는 29%까지 뛰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반면 중국은 12%에 그치며, 국가별 격차가 뚜렷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 연구소 '복잡계과학허브(CSH)'가 주도한 국제 연구진은 전 세계 개발자들이 협업하는 세계 최대 플랫폼 '깃허브(GitHub)'에 올라온 개발자 약 16만명이 남긴 파이썬 코드 3000만건을 분석한 뒤, 그 결과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깃허브에는 코드가 언제, 어떤 내용으로 추가·수정됐는지 기록이 남기 때문에, AI가 개발에 얼마나 깊게 관여했는지 추적할 수 있다. 연구진은 별도로 학습시킨 판별 모델로 코드가 챗GPT나 깃허브 코파일럿 같은 생성형 AI 도구로 만들어졌는지 가려냈다.
분석 결과, 2024년 말 기준 미국에서 새로 작성된 소프트웨어 함수의 약 3분의 1(29%)이 AI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약 5%였던 것에 비하면 약 6배로 늘어난 셈이다. 함수는 프로그램 안에서 로그인 검증이나 결제 금액 계산, 이미지 크기 조정과 같은 특정 일을 수행하는 코드 묶음이다. 이런 함수들이 모여 앱과 서비스가 돌아간다.
국가별 AI 보조 코드 비율은 미국(29%)이 가장 높았고 프랑스(24%)·독일(23%)·인도(20%)가 뒤를 이었다. 러시아(15%)와 중국(12%)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번 연구의 분석 대상 국가는 총 6개국으로,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요하네스 바흐스(Johannes Wachs) CSH 교수는 "국가별 차이는 단순한 기술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주요 대규모언어모델(LLM) 접근성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주요 LLM들이 미국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미국이 선두를 달리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딥시크와 같은 중국의 획기적인 성과는 이러한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력이 적은 개발자(초보 개발자)가 작성한 코드의 37%에 AI가 활용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숙련된 개발자가 작성한 코드 중 AI를 사용한 비율은 27%에 그쳤다.
하지만 생산성은 반대로 나타났다. 2024년 말 기준 생성형 AI가 생산성을 3.6% 높였지만, 이 증가분은 사실상 숙련된 개발자에게서만 나타났다. 초보 개발자는 AI를 많이 사용해도 성과로 이어지는 폭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AI가 만들어준 코드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제 서비스에 넣으려면 오류 가능성과 보안 문제, 성능, 팀의 코드 규칙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며 "경력이 많은 개발자는 AI가 준 결과물을 검증·수정·통합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생산성으로 연결되기 쉽다. 반면 초보 개발자는 AI가 준 답을 그대로 믿거나 무엇이 문제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미국의 코딩 관련 임금 지출(연 6370억~1조600억달러 추정)을 바탕으로, AI의 확산이 연간 230억~380억달러의 추가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계산했다. AI 보조 비율(29%)과 생산성 증가(3.6%)를 반영한 추정치다.
연구진은 "생성형 AI가 소프트웨어 개발의 중심 도구가 되면서 생산성과 혁신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그 과실이 자동으로 공평하게 배분되지는 않는다"며 "기업·정책당국·교육기관의 과제는 AI 도입 여부가 아니라 경력·지역·조직에 따른 장벽을 줄여 격차를 키우지 않는 방식으로 활용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한우 영남대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가 한국에 주는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AI를 포함한 과학기술 정책 수립과 평가에서 증거 기반 접근의 중요성"이라며 "현재 한국은 여전히 전문가의 정성적 판단, 자가응답식 설문, 포커스 인터뷰 등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정책의 방향이 특정 집단의 목소리 크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나타난 패턴과 변화 속도를 근거로 정책의 내용과 추진 속도가 결정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2026),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z9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