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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馬)은 깊은 눈망울만큼이나 섬세하고 영리한 동물이다. 말이 사람 목소리 톤이나 표정만 보고도 사람 기분을 알아챈다는 사실은 각종 선행 연구를 통해 널리 알려져 있다.

이뿐 아니라 사람의 '땀 냄새'만으로도 속마음을 읽어낸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프랑스 국립 농업 식품 환경 연구소와 프랑스 말·승마연구소, 프랑스 투르대학교의 공동 연구다. 이들은 말이 인간의 감정을 후각으로 감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분석 결과를 지난 14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말이 사람의 두려움을 냄새로 느낀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독특한 실험을 설계했다.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끼면 이에 따라 땀 속 화학물질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땀 냄새를 채취하기로 한 것이다. 연구팀은 성인 참가자 30명을 모아놓고 이들에게 각각 공포 영화와 즐거운 영화를 보게 했다. 이때 겨드랑이에 면 패드를 끼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정해진 식단의 음식만 먹었고 비누도 향 없는 것만 썼다. 향수·데오드란트도 쓸 수 없었다.

연구팀은 웰시 암말 43마리를 세 그룹으로 나누고, 참가자들의 땀 냄새를 맡게 했다. 냄새를 맡는 말의 심박수 변화와 행동 변화도 정밀하게 분석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말이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느꼈는지에 따라 확실히 다르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서운 영화를 본 이들의 땀 냄새를 맡았을 땐 말의 심박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사람에게 잘 다가오려 하지도 않았다. 반면 즐거운 영화를 본 참가자 땀 냄새를 맡은 말들은 심박수 변화가 적었다. 실험자에게 먼저 다가가 코를 비비는 등 친근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연구를 이끈 루아 랑사드 박사는 "인간의 감정은 땀의 화학 성분을 변화시키며, 말은 후각을 통해 그 차이를 정확히 구분해 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냄새를 맡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이 느끼는 감정에 전염돼 말의 행동까지 달라졌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말을 훈련시키거나 치료할 때 관리자의 정서적 안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