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이전보다 평균 2도 이상 지구 평균 기온이 상승하자, 일부 국가가 태양광을 반사하기 위해 상층 대기에 에어로졸(미세 입자 혼합체)을 살포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 이는 오존층 파괴와 강우량 감소를 초래해 환경이 교란되며 세계 곳곳에서 부작용이 잇따랐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이 발달해 온실가스 흡수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급증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로 플라스틱이나 연료, 의약품 등 다양한 물질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혀온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서 포집해 산업용으로 활용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상반된 두 장면은 네이처가 최근 전문가 인터뷰를 토대로 2050년의 모습으로 소개한 미래 전망이다. 기후 위기에 대해 세계적 미래학자들이 그리는 25년 뒤 미래가 확연히 다르다. 네이처는 "두 가지 시나리오의 커다란 격차는 미래학자들이 직면한 딜레마를 보여준다"고 했다. 5년 후 미래는 현재에 기반해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지만, 20년 이상 미래를 내다보는 것은 자칫 공상과학소설로 흐를 수 있다는 얘기다.
2050년의 과학계에는 '라이트 아웃 실험실(lights out labs)'이 대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말 그대로 24시간 내내 전등을 끄고도 운영 가능한 무인 실험실이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AI 과학자가 쉬지 않고 주도적으로 실험을 진행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출신 학자 닉 보스트롬은 네이처에 "2050년쯤이면 거의 모든 과학 연구가 초(超)지능 AI에 의해 수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인간은 취미로 과학을 할 수는 있겠지만, 유용한 기여를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AI 전문가 중 일부는 2050년이면 AI 과학자가 노벨상 수상에 걸맞은 과학적 성과를 낼 것이라고 본다.
과학의 방향을 바꾸는 또 다른 축은 기후 변화다. 독일 막스플랑크 기상연구소의 기상학자 기 브라쇠르는 산업화 이전보다 평균 기온이 2도 상승하는 임계점은 2040년이면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50년에는 평균 기온 3도 상승의 위기를 직면할 것으로 우려한다.
성층권에 미세 입자를 뿌려 태양빛을 반사하는 '태양 복사 관리(SRM)' 같은 지구공학 기술이 실제로 동원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경우 특정 국가나 기업의 인위적 기후 개입이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기후 문제가 과학을 넘어 지정학과 안보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주 분야에서 2050년은 화성 유인(有人) 탐사 실현 여부가 주목받는다. 전문가들은 방사선과 미세중력이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시험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2050년 화성 정착은 여전히 높은 장벽이 있는 도전적 과제로 꼽힌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핵융합이 '늘 30년 뒤의 기술'이라는 오랜 꼬리표를 떼어낼 것으로 전망됐다.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을 결합해 에너지를 얻는 방식으로,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원리를 응용한 기술이다. 연료 자원이 풍부하고 발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거의 없어 '꿈의 에너지'로 불린다.
최근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해 심화된 전력 문제도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되면 해결의 물꼬를 트게 된다. 네이처는 "최근 5년간의 핵융합 기술 진전이 지난 50년보다 크다"며 "핵융합이 더 이상 공상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2050년에는 의학과 생명과학의 근본적 변화도 예상된다. 수백만 명이 제공한 생체 데이터와 AI 분석이 결합되면, 정신 질환과 신경 질환을 지금보다 훨씬 정밀하게 정의하고 진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네이처는 2050년을 막연히 먼 미래가 아니라, 이미 변화가 시작된 미래로 그렸다. 과학이 연구실을 넘어 사회 전체의 방향을 좌우하는 동력이 됐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