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AI 철학 연구센터' 센터장을 맡은 김동우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 /KAIST

"인공지능(AI)이 세상을 지배할수록,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인간이 행복하려면 과학 기술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할 필요가 있어요. 첨단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문학의 역할이 커지는 이유겠죠."

카이스트(KAIST)가 이달 초 'AI 철학연구센터'를 열었다. AI 시대에 인문학자와 과학자가 함께 모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고민하고 해법을 찾겠다는 취지로 설립한 연구센터다. 오는 21일에는 '포스트 AI·포스트 로보틱스 시대의 인간, 사회, 기술 설계'라는 주제로 개소 기념 심포지움도 개최한다. 센터장을 맡은 김동우 KAIST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는 지난 16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본격적으로 피지컬AI 시대, 휴머노이드 시대가 도래하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AI·로봇과 더불어 살게 된다"면서 "사람과 AI, 사람과 로보틱스의 관계부터 정의해야 사회적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해 센터를 열게 됐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철학 석사, 뉴욕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23년 카이스트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로 왔다.

'AI 철학연구센터' 구상을 시작한 것은 몇년 전부터다. 미국 오픈 AI가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를 공개하자 이광형 총장이 "앞으로 과학기술이 빠르게 고도화될수록 인류가 과학 기술 자체만을 목표로 삼으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면서 인문학자와 과학자가 함께 연구하고 협력할 방법을 찾아볼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김 센터장은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인문·사회학과 과학기술 분야 석학 및 전문가들을 모아 각종 세미나와 대토론회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유럽, 아시아 여러 나라가 협력해 'AI 시대 인문학의 역할'을 연구하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도 조만간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미국 MIT 인문예술사회과학대학과의 교류 협력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김 센터장은 "조만간 AI 로봇 비서가 상용화되고, 거리의 쓰레기도 환경미화 로봇이 치우게 되는 세상이 온다면, 우리는 AI 로봇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지 않으냐"고도 반문했다. 그는 "사람과 로봇의 지위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AI 로봇 윤리라는 것이 필요할지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인문학이 과학에 던지는 질문은 이제부터 정말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번 개소 기념 심포지움에선 야스오 데구치 일본 교토철학연구소장이 온라인 기조연설을 맡는다. 데구치 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앞으로 AI나 로봇,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할 예정이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재정의하는 새로운 사상으로 '휴머니즘 2.0'을 제안하고, 박성필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장은 AI·로보틱스 시대를 이끌어나갈 철학적 성창력을 갖춘 인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