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매일 광활한 우주를 관측한 다양한 사진과 영상을 '오늘의 천체 사진(Astronomy Picture of the Day)'으로 공개한다. 18일(현지 시각) 나사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목성의 고해상도 적외선 사진을 공개했다. 목성이 오늘의 천체사진에 등장한 것은 1월에만 벌써 세 번째이다. 왜 과학자들은 태양계 여러 행성 중에서 유독 목성을 좋아할까. 목성의 어떤 면이 과학자들을 사로잡았을까.

◇남북극의 오로라와 대적점 선명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 망원경이다. 2021년 크리스마스에 우주로 발사돼 이듬해 1월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관측 지점에 도착했다. 제임스 웹은 지름 6.5m짜리 반사경을 장착해 역대 발사된 천문 망원경 중 최대 규모이며, 허블 망원경보다 6배 이상 많은 빛을 수집할 수 있다.

이번에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적외선 파장으로 목성을 포착했다.이전 사진과 달리 어둡게 보이는 목성에는 남북극에서 밝게 빛나는 오로라와 적도 아래 대적점(great red spot)이 보인다. 대적점은 목성 남반구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시속 650㎞ 이상 속도로 회전하는 고기압성 폭풍이다. 수백 년 동안 지구의 3배가 넘는 크기이던 대적점은 최근 몇 년 새 좌우 방향으로 줄어들어 지구와 비슷한 크기가 됐다.

사진에는 목성 주변의 희미한 줄무늬도 보인다. 오로라와 위성들은 너무 밝아서 빛이 제임스 웹 망원경 주변에서 변형된다. 바로 빛이나 소리, 물결파 같은 파동이 장애물이나 좁은 틈을 만났을 때, 그 모서리를 돌아 퍼져 나가거나 틈 뒤쪽으로 휘어지는 회절 현상이다. 사진에는 오로라와 위성 이오의 회절 무늬가 기다랗게 나타났다.

이번 사진에는 목성의 위성인 아말테아와 아드라스테아도 선명하게 보인다. 현재까지 알려진 목성의 위성 수는 95개이다. 2023년 2월에 위성 12개가 추가되면서 목성은 토성을 제치고 태양계에서 가장 많은 위성을 가진 행성이 됐다.1610년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목성 주변에서 발견한 이오와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 등 이른바 갈릴레이 위성들이 가장 크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찍은 목성. 적도 오른쪽 아래 대적점이 선명하게 보인다./NASA/Christopher Go

◇동서풍이 만드는 거대한 폭풍들

목성은 지름이 지구의 11배나 되고 300배 무거운 거대한 가스형 행성이다. 구성 성분은 태양처럼 대부분 수소와 헬륨이다. 목성을 이루는 물질은 태양을 빼고 행성과 소행성, 혜성 등 태양계 모든 천체를 합친 것보다 두 배나 많다.

자전과 공전 속도는 지구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목성은 태양에서 지구보다 5배 멀리 떨어져 있어 태양을 공전하는 데 12년이나 걸린다. 목성의 1년이 지구의 12년이란 말이다. 하지만 자전 속도는 매우 빨라 목성의 하루는 지구의 10시간에 불과하다.

나사는 지난 10일에도 제임스 웹이 적외선으로 관측한 목성 사진을 공개했다. 평소처럼 목성 대기에서 구름이 요동치는 모습이다. 목성은 태양과 정반대 위치에 있어 지구에서 관측하기에 가장 가깝고 밝았다.

공개 3일 전 촬영된 사진은 구름 띠와 함께 적도 남쪽 대적점도 선명하게 보여줬다. 대적점이 줄어들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여전히 지구와 비슷한 크기이다. 특히 두 개의 작은 적점도 보인다. 하나는 최북단 구역 상단에, 다른 하나는 남극 근처에 있다.

목성의 사진에 보이는 구름은 대부분 암모니아와 황화수소로 구성됐다. 물 성분의 구름은 대기 깊숙이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목성의 상징과도 같은 줄무늬는 상층 대기에서 발생하는 강한 동서풍이 만든다. 그 안에 수년간 지속되는 폭풍들이 있다. 주황색 줄무늬는 하강하는 부분으로 영어로 벨트(belt)라고 부른다. 상승하는 밝은 부분은 존(zone)이라고 한다. 둘은 각각 서로 반대 방향인 동쪽과 서쪽으로 흐른다.

주노가 포착한 고해상도 목성 구름 이미지./NASA/JPL-Caltech/SwRI/MSSS

◇태양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기장

목성은 크기나 구성 성분으로 보아 태양계에서 가장 먼저 생긴 행성으로 추정된다. 태양계 맏형답게 강력한 중력과 자기장으로 동생들을 보호한다. 우주를 떠돌던 소행성이 지구 방향으로 날아와도 도중에 지구보다 2.5배 강력한 목성의 중력에 붙잡히기 쉽다.

목성의 자기장은 표면에서 지구의 14~20배이고, 전체 에너지로 따지면 지구의 1만8000~2만배에 이른다.자기장은 자석이나 전류가 물체를 끌어당기거나 밀어내는 힘인 자기력이 미치는 공간을 말한다. 목성은 이렇게 강력한 자기장으로 고에너지 입자의 흐름인 태양풍도 막아낸다.

목성은 왜 지구보다 자기장이 강력할까. 일단 지구와 목성은 모두 같은 원리로 자기장을 만든다. 이른바 '다이나모(dynamo·발전기) 이론'으로 설명된다. 발전기 내부에서 코일이 감긴 전자석이 회전하면서 자기장을 변화시켜 전류를 발생하듯, 지구 외핵에 녹아 있는 자성체가 자전에 따라 회전하면서 유도 전류를 만든다. 이때 발생한 전류는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법칙대로 다시 자기장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기장이 생긴다는 것이다.

목성의 자기장이 지구와 다른 것은 회전하는 물질의 차이 때문이다. 지구에서는 외핵에 녹아 있는 철과 니켈이 회전하는 대류로 자기장을 만든다. 이와 달리 목성에서는 액체 상태인 금속 수소가 회전하면서 자기장이 생긴다.

보통 수소라고 하면 기체를 먼저 떠올리지만, 목성에서는 엄청난 대기 압력 때문에 수소가 액체로 압축된다. 목성 대기의 3분의 1 깊이에서는 수소가 금속처럼 전기가 통하는 액체 상태가 된다. 목성이 엄청난 속도로 자전할 때 소용돌이치는 액체 금속 수소 바다가 강력한 전류와 자기장을 만든다.

무인 탐사선 '유로파 클리퍼'가 목성의 위성 '유로파'에 근접하는 모습의 상상도. 뒤에 작게 보이는 천체가 목성이다./NASA

◇주노 탐사선이 포착한 고해상도 목성 구름

나사는 1970년대부터 목성에 무인 탐사선을 보내 관측했다. 현재 태양계 외곽까지 나간 보이저 1호는 1979년 목성에서 미세 먼지 입자로 이뤄진 얇은 고리 3개를 발견했다. 1987년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가 우주로 나가 2003년까지 임무를 한 데 이어, 지난 2011년 8월 5일 주노가 발사돼 2016년 7월 5일 목성 궤도에 도착했다.

나사는 지난 6일 주노가 촬영한 목성 사진을 공개했다. 주노는 이번 관측으로 목성이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구의 자기장은 막대자석처럼 N과 S극이라는 쌍극자이지만, 목성은 달랐다.특히 북극보다 남극에 극이 여러 개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노의 전파 관측 결과, 목성의 대기는 상층 구름 아래 수백㎞ 깊이까지 뚜렷하게 나타났다.

주노 탐사선은 2021년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를 탐사했으며 이듬해 유로파 표면의 골짜기와 충돌구를 상세하게 관찰했다. 주노의 유로파 탐사 결과는 나사가 2024년 11월 발사한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 탐사선에 유용한 자료가 된다. 클리퍼는 2030년 목성 궤도에 도착할 예정이다.

유로파는 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와 함께 두꺼운 얼음 지각 아래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천체로 꼽힌다. 유로파 클리퍼의 목표는 유로파 표면 26㎞ 상공까지 접근해 고해상도 사진을 찍고 화학 성분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생명체가 살 수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