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와 미국 드렉셀대 연구진이 웨어러블 기기와 디스플레이에 사용할 수 있는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개발했다./서울대, 드렉셀대

서울대와 미국 드렉셀대 연구진이 주도한 국제 공동 연구진이 휘어지는 수준을 넘어 늘어나는 '플렉시블(flexible)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개발했다. 웨어러블과 의료 모니터링 분야에 적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태우 서울대 교수 연구진 등은 기존 플렉시블 OLED의 약점으로 꼽혀온 밝기 내구성 저하 문제를 개선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15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소자는 원래 길이의 1.6배까지 늘려도 빛을 대부분 유지했으며, 여러 번 구부리고 늘리는 조건에서도 성능 감소 폭을 낮췄다.

OLED는 간단히 말해 전기를 흘리면 스스로 빛을 내는 아주 얇은 샌드위치 구조다. 전극 사이에 유기물(고분자) 층을 끼워 넣고 전류를 걸면, 서로 다른 전극에서 온 양전하와 음전하가 유기물 층에서 만나 결합한다. 이때 잠깐 만들어지는 에너지 덩어리를 '엑시톤'이라고 부르는데, 엑시톤이 안정된 상태로 내려오면서 빛을 내보내는 과정이 전기발광이다. 유기물의 화학 조성을 바꾸면 빛의 색도 조절할 수 있다.

문제는 OLED를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층을 플라스틱 같은 기판 위에 얹으면, 접고 펴고 늘리는 동안 전극이나 유기물 층이 조금씩 손상되고 그 결과 밝기와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플렉시블 OLED가 상용화된 뒤에도, 시간이 지나면 픽셀 밝기와 유연성이 둔화되는 현상이 과제로 남았다.

유리 고고치(Yury Gogotsi) 드렉셀대 공과대학 교수는 "플렉시블 OLED는 크게 발전해 왔지만 최근 10년간은 투명 전극층이 만들어내는 한계 때문에 신축성 개선이 정체돼 왔다"며 "이번 연구는 반복적인 기계적 변형 이후에도 빛을 얼마나 오래 버티게 하느냐라는 오랜 과제를 다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먼저 발광층 자체의 설계를 바꾼 새로운 유기 발광층을 개발했다. 해당 층은 전하가 만나 엑시톤을 만들고 빛으로 바뀌는 과정을 화학적으로 더 잘 일어나게 유도하는 층이다. 연구진은 "회전목마 속도를 살짝 낮춰야 올라타기 쉬워지듯, 전하가 엑시톤으로 합류하기 쉬운 에너지 조건을 만들어준다"고 비유했다.

그 결과, 기존 OLED에서 흔히 쓰이던 고분자 발광 재료의 전환 효율은 12~22% 수준에 머물렀지만, 새로 개발한 층에서는 엑시톤의 57% 이상이 실제 발광에 활용됐다. 즉 같은 전기를 넣어도 더 많은 빛을 뽑아낼 여지가 커진 셈이다.

또 연구진은 발광층의 신축성을 높이기 위해 열가소성 폴리우레탄 소재를 바탕 재료로 적용해,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층이 쉽게 깨지지 않도록 했다.

두 번째로는 플렉시블 OLED 발전을 가로막아 온 전극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했다. 화면은 빛이 나와야 하니 전극도 대체로 투명해야 하는데, 투명하면서도 전기가 잘 통하고 동시에 고무처럼 늘어나기까지 하려면 조건이 까다로웠다.

연구진은 드렉셀대가 2011년 개발했다고 알려진 2차원 나노물질 '맥신'을 활용했다. 맥신은 얇은 층상 구조를 갖고 전기가 잘 통하는 특성이 있어 차세대 전극 소재로 주목받아 왔다. 연구진은 맥신에 은 나노와이어를 결합해, 투명하면서도 잘 늘어나는 전극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전하가 지나갈 수 있는 연결망을 형성해, 전하가 끊기지 않고 발광층까지 더 잘 도달하도록 도왔다.

이어 연구 결과를 종합해 구현한 플렉시블 녹색 OLED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제작했다. 하트 모양, 숫자 표시 등 간단한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만들고, 빛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드는지, 늘렸을 때 성능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반복 사용에서 얼마나 버티는지 등을 시험했다.

소자는 원래 크기의 1.6배까지 늘릴 수 있었고, 최대 변형의 60% 수준에서 성능 저하는 10.6%에 그쳤다. 2% 변형을 100회 반복한 뒤에도 발광 효율의 83%를 유지해, 구부렸다 펴기를 반복하더라도 내구성이 유지되는 것도 확인했다.

이태우 교수는 "새 OLED는 외부양자효율(EQE) 17.0%를 달성했다"며 "기존 플렉시블 OLED가 6% 정도인데, 17%면 거의 3배"라고 설명했다. 외부양자효율은 OLED 성능을 얘기할 때 가장 자주 언급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로, 숫자가 높을수록 같은 전력으로 더 밝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진은 여기서 더 나아가, 개발한 층에 발광 특성을 조절하는 4가지 첨가물을 넣어 풀컬러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도 구현했다. 그리고 웨어러블에 적합한 단순·저전력 구동 방식의 '수동형 구동방식 OLED' 형태로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만들었다.

이 교수는 "앞으로 OLED의 수명을 늘리고, 소재와 전극 디자인, 대면적 생산을 위한 제조 공정 등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잘 늘어나면서도 밝기와 효율을 오래 유지하는 플렉시블 OLED는 피부에 붙이는 디스플레이형 센서로 활용하거나 피지컬 AI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Natur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99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