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 시각) 미 샌프란시스코 더 웨스틴 세인트 프랜시스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개회식 모습. /JP모건

12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한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44회째인 올해 행사의 최대 화두는 '피지컬 AI'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빅테크와 빅파마(대형 제약사)의 융합이었다.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의 실제 공간에서 움직이거나 작동하는 AI(인공지능)를 뜻한다. AI 기업과 제약 바이오 기업이 손을 잡고 신약 개발 실험실과 시뮬레이션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피지컬 AI가 신약 개발을 주도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것이다.

◇제약·바이오 업계도 '피지컬 AI'

이날 오전 9시쯤 미 샌프란시스코 더 웨스틴 세인트 프랜시스 호텔 인근은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여하려고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투자자들과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로 붐볐다. JP모건 헬스케어 투자 글로벌 공동 총괄 제러미 멜먼은 개막 연설에서 "AI는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고 했다.

이날 엔비디아와 일라이 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AI 공동 연구소를 세운다고 발표했다. 5년간 10억달러(약 1조4600억원)를 공동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 연구소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인 '베라 루빈'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엔비디아는 바이오니모(BioNeMo)라는 신약 개발 AI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확장 적용해 AI 공동 연구소를 24시간 무인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선 두 회사의 결합을 피지컬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분석한다. 그동안 일라이 릴리를 비롯한 글로벌 제약사들은 신약 후보 물질 발굴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여기서 더 나아가 시약, 세포, 동물, 미생물, DNA 등 물질을 직접 다루는 '실험실(Wet lab)'과 데이터 분석, 모델링, 시뮬레이션,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AI 컴퓨팅 시뮬레이션' 연구실을 결합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AI가 설계한 신약 구조를 피지컬AI로 실험하고, 그 결과를 다시 AI가 학습하는 방식의 순환 구조를 구축해 AI가 신약 개발의 모든 과정을 주도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 속도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신약 개발 성공률은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테크 기업은 바이오 산업으로 AI 생태계를 확장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보도자료를 내고 "AI는 모든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AI 생태계 확장되나

엔비디아는 이날 바이오 생명과학 기업 '써모피셔 사이언티픽'과 파트너십도 언급했다. 양사가 자율 실험실을 함께 구축하는 데 협력하겠다는 것이다. 써모피셔는 엔비디아의 AI 수퍼컴퓨터 'DGX 스파크'를 활용해 신약 개발에 나서게 된다. AI 기업이 바이오 부문으로 영토를 넓히면서 생태계를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도 AI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크리스 뵈너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한 해 비용을 절감하고 성장을 위한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AI를 확대 적용했다"며 "올해도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기 위해 AI를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바스 나라시만 노바티스 CEO도 "AI는 이제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데 가장 필수적이고 최적화된 도구"라고 했다. 구글의 신약 개발 자회사 '아이소모픽 랩스'와 협력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화이자도 올해 기업 전략을 발표하면서 우선순위 중 하나로 사업 전반에서 AI 통합을 꼽았다. 알버트 불라 화이자 CEO는 "AI가 비용 56억달러를 절감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