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2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등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구기관과 공공기관 등 28개 산하 기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뉴스1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인공지능(AI) 개발 전략을 두고 "동시에 여러 과제를 벌이면 검증만 하다 마무리될 수 있다"며 목표의 구체화와 우선순위 설정을 강조했다.

배 부총리는 12일 세종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서 열린 출연연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형언어모델(LLM)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고, 여러 기술이 필요하다"며 "AI를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목표를 먼저 정교하게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배 부총리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제안한 '언어모듈 기반 에너지 효율 15% 향상 AI' 구상에 대해 "에이전트가 분야별로 의미 있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더 큰 스케일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지금 방식으로는 실제 에이전트 AI 구현도, 현장 적용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화형 AI나 설비 자율운전 AI에 대해서도 "목표를 좁혀도 난도가 높은데, 동시다발로 추진하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ETRI가 보고한 로봇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대해서도 "로봇지능은 물론 멀티모달, 행동지능까지 요구되는 만큼 무엇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정의가 선명해야 한다"며 "수요처를 예측해 당장 가능한 영역부터 갈지, 판단 지능을 강화할지, 어떤 기능을 특화할지 선택을 분명히 하면 계획이 더 탄탄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TRI가 언급한 범용 인공지능(AGI) 구상에는 "미래 AGI를 말한다면 목표 수준이 더 높아야 하지 않느냐"고 되물으며 "그 정도 단계가 아니라면 잘할 수 있는 기관에 맡기고, 피지컬 AI 파운데이션 모델이나 특화 모델 등 실질 성과가 가능한 분야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취지로 방향 전환도 제안했다.

배 부총리는 출연연의 AI 전환에서 가장 먼저 풀어야 할 과제로 '데이터 체계'를 꼽았다. 그는 "AI가 읽고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모으는 일이 출발점"이라며 ETRI가 전문가 검수를 거친 데이터 생성·튜닝·학습 활용까지 이어지는 'AI 데이터 생성 플랫폼' 구축을 검토해보라고 제안했다. 이어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만 매달리기보다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미국의 제네시스 미션에서도 그 부분이 핵심으로 강조된다"며 "NST에는 출연연 AI 데이터 구축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국가 연구기관만의 차별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 부총리는 유튜브 생중계 댓글 중 "민간기업의 AI와 달라야 하는데, 지금은 늘어난 AI 예산을 먹는 늪지대 하마처럼 보인다"는 취지의 댓글을 소개하며 "새겨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