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새벽 2시 21분(한국시간)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의 우주센터에서 다목적실용위성 7호(아리랑 7호)를 실은 베가-C가 발사됐다. 발사 약 44분 뒤 아리랑 7호는 발사체에서 정상 분리됐고, 약 1시간 9분 뒤인 오전 3시 30분 남극 트롤 지상국과의 첫 교신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태양전지판 전개 등 위성의 초기 상태도 확인됐다. 아리랑 7호는 이제 궤도에서 성능을 증명해야 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아리랑 7호는 고해상도 광학카메라와 적외선(IR) 센서를 통해 재난과 재해 감시, 국토와 환경 모니터링 등 공공 목적의 지상관측 영상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아리랑 7호 개발에 참여한 김성희(44) 텔레픽스 부사장은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텔레픽스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보통 큐브 위성이라고 하면 싸고 빠르게 만드는 데 집중하다 보니, 충분히 검증·분석하지 않고 단순히 상용 렌즈나 카메라를 우주에 올리는 경우가 있다"며 "이러면 당연히 작동을 잘 안 한다. 큐브 위성이 실패하는 사례가 많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형 국가위성 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시험·검증 경험을 바탕으로, 초소형 위성일수록 '검증 데이터'를 확보하는 절차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연세대에서 천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17년간 근무하며, 천리안위성, 아리랑 7호 등 한국에서 발사된 모든 광학위성 개발의 핵심 멤버로 참여했다. '위성의 눈'에 해당하는 광학계의 설계와 정렬, 검증을 맡았는데, 정렬은 여러 거울(반사경)의 위치를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단위로 미세하게 맞춰 초점을 잡는 과정이다.
김 부사장은 연구소에서 대형 위성의 광학 탑재체 개발을 다수 경험한 뒤 민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위성·위성데이터 기업 텔레픽스에서 위성 시스템 부문을 총괄하며, 초소형 위성을 위한 전자광학(EO) 카메라 개발을 포함한 핵심 연구·개발(R&D)을 지휘하고 있다.
2019년 설립된 텔레픽스는 하드웨어부터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 분석까지 '우주 AI 토털 솔루션'을 표방한다. 2022년 프리시리즈A 투자를 시작으로 2025년 시리즈B까지 누적(공개 기준)으로 300억원 안팎의 투자금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7월에는 일본 엘리펀트 디자인 홀딩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일본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 발사 '몇 분' 뒤에 숨은 시간과 검증
김 부사장에게 아리랑 7호 발사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묻자, 기술적인 고비보다 초기 기획을 떠올렸다. 다목적 위성은 자세히 보는 임무부터 변화 탐지까지 수요가 넓다. 수요자가 원하는 것은 언제나 최고 성능이지만, 개발팀은 현실적으로 성공 가능한 범위를 정해야 한다.
김 부사장은 "크기가 곧 성능인 광학 장비의 특성상 더 크게 만들수록 성능은 좋아지지만, 위성이 로켓에 실려야 하는 만큼 크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며 "결국 수요자와의 합의를 통해 적정선을 찾는 과정이 기획 단계의 가장 큰 난관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이 맡은 광학계는 카메라로 치면 렌즈에 해당하지만, 위성급 크기에서는 단순한 렌즈가 아니라 여러 개의 거울(반사경)을 조합해 만든다.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제작 난이도가 높아지고, 대형 광학 부품은 제작에 1~2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때 성능이 기대치에 미달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재가공으로 수개월~1년 단위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제작이 늘어지면 조립과 정렬 일정은 압축되고, 조립·정렬 단계에서 감당해야 하는 작업량과 리스크가 짧은 기간에 몰린다.
여기에 지상과 우주의 조건 차이라는 변수도 더해진다. 지상에서 만든 광학계는 우주에 올라가면 중력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형태가 약간 달라진다. 지상 중력에 의해 미세하게 휘어진 상태에서 맞춘 초점이, 우주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상 시험에서는 우주에서의 상태를 예측하고, 그 결과를 해석해 정렬값을 결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김 부사장은 이처럼 위성을 만드는 과정이 끝없는 시도와 검증의 반복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계획되지 않은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는 데 시간을 보내고, 그 경험이 노하우가 돼 다음 위성 때는 시험 항목으로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런 경험은 무엇으로 남았을까. 김 부사장이 노하우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되풀이한 단어는 '측정'이었다. 광학계가 조립된 뒤 성능을 어떻게 측정하느냐, 중력이나 대기, 진공처럼 조건이 달라질 때 어떻게 동일한 기준으로 검증하느냐가 결국 성공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아리랑 7호가 잘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15년 전부터 대형 시험 시설 구축에 공을 들였고, 미리 위성 발사를 준비하며 테스트를 많이 한 것"이라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ISO, ECSS 등 신뢰성 확보를 위한 국제 표준이 있지만, 어떤 시험을 하라는 수준의 지침이 대부분이다. 시험 시설을 어떻게 만들고, 운영 중 어떤 문제가 생기며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디테일은 현장에서 쌓인다. 그는 이런 디테일이 쌓일수록 실패 확률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 연구소 체계를 민간으로… 텔레픽스의 '다수 운영' 전략
김 부사장은 현재 연구소에서 쌓은 체계적인 개발 절차와 시험 절차를 민간 개발 환경에 맞게 재정의해, 초소형 위성에서도 실패 확률을 낮추는 개발 프로토콜을 더 촘촘히 정립하고 있다.
그가 텔레픽스에서 그리고 있는 방향은 작고 저렴한 위성을 여러 대 올려 더 자주 관측하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위성 한 대는 특정 지역을 매일 동일하게 찍기 어렵고, 어떤 곳은 2~3일 동안 못 찍을 수도 있다"며 "반대로 다수 위성을 운영하면 재방문 주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회사는 차세대 탑재 카메라를 개발 중이다. 전통적인 원통형 대신 사각형 형태에 가깝고, 광학적으로는 '비축 구조(광축을 비껴 배치하는 방식)'를 택했다. 일반적인 축상 구조는 빛길이 오가며 시야가 최대 절반까지 가려질 수 있지만, 비축 구조는 카메라 앞을 가리는 요소를 줄여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다.
김 부사장은 "해당 카메라를 장착한 위성 '슈에뜨(프랑스어로 올빼미라는 뜻)'는 2026년 개발을 완료하고, 2027년에 처음으로 우주로 쏘아올려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가공 인력을 영입하고 일부 공정을 직접 수행하는 '수직계열화'를 추진해 일정과 성능 관리를 용이하게 하고, 장기적으로 비용 구조도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김 부사장는 이 방식으로 절반까지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김 부사장이 강조한 건 '기술이 곧바로 시장이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는 "아직 이 좋은 기술이 어디에 쓰이느냐라는 질문이 남아 있다.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지 않은 단계"라며 "위성영상이 왜 필요한지 민간이 결과로 보여주고 인식을 바꿔야 '진짜 뉴스페이스'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이용자들이 위성영상을 당연하게 쓰는 순간이 오면, 여러 대를 띄워 더 자주 보고 더 많이 분석하는 모델이 비로소 힘을 갖게 될 것"이라며 "그 전까지는 기술과 검증을 한 단계씩 쌓아가며, 산업 현장에서 실제 활용 사례를 계속 만들어내는 게 민간의 숙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