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재발이 잦아 치료가 까다로운 'IDH-돌연변이 신경교종'이 눈에 보이는 종양 덩어리가 생기기 훨씬 전, 겉보기엔 정상인 뇌 조직 안에서 이미 시작된다는 것을 처음 확인했다. 종양을 보이는 만큼 제거하는 방식에 머물던 치료 전략이, 앞으로는 시작 지점을 찾아 조기에 잡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정호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와 강석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공동 연구진은 IDH-돌연변이 신경교종의 기원세포가 정상 뇌 조직에 존재하는 '교세포전구세포(GPC)'라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9일 게재됐다.
IDH-돌연변이 신경교종은 특정 유전자(IDH)에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발생하는 악성 뇌종양으로, 50세 이하 젊은 성인에서 가장 흔한 악성 뇌종양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재발률이 높다는 점이다. 수술로 종양 덩어리를 최대한 제거하고 방사선·항암치료를 병행해도 시간이 지나 다시 자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구진은 광범위 절제 수술로 확보한 종양 조직뿐 아니라, 종양 주변의 정상 대뇌피질까지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현미경으로는 정상처럼 보이는 조직 안에서도 IDH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쉽게 말해, 악성 뇌종양이 어느 날 갑자기 덩어리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정상 뇌 속에서 변이 세포가 먼저 생겨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다.
연구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신 분석법인 공간 전사체(spatial transcriptomics) 기술을 활용했다. 이 기술은 어떤 유전자가 어디에서 활성화되는지를 조직의 위치 정보와 함께 보여준다. 즉, 뇌 조직을 지도처럼 펼쳐 놓고 세포들이 어떤 상태인지 한눈에 추적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 분석을 통해 연구진은 IDH 돌연변이를 가진 기원세포가 대뇌피질에 존재하는 교세포전구세포임을 확인했다. 교세포전구세포는 정상 뇌에도 존재하는 세포로, 교세포로 자라날 수 있는 전 단계 세포다. 연구진은 생쥐의 교세포전구세포에 주요 유전적 변이를 도입한 뒤, 실제로 뇌종양이 생기는 과정을 재현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연구진이 2018년 네이처 논문에 제시했던 내용의 연장선이다. 당시 연구진은 대표적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이 종양 본체가 아니라 뇌실하영역의 신경줄기세포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보고했다. 이번에는 IDH-돌연변이 신경교종이 대뇌피질의 교세포전구세포에서 기원한다는 점을 제시하며, 뇌종양은 한 가지 방식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종류마다 출발 세포와 시작 위치가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강석구 교수는 "뇌종양은 종양 덩어리가 보이는 자리에서 바로 시작되지 않을 수 있다"며 "뇌종양의 아형에 따라 기원세포와 기원 부위를 직접 공략하는 접근은 조기 진단과 재발 억제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카이스트 교원창업기업 소바젠㈜은 IDH-돌연변이 악성 뇌종양의 진화와 재발을 억제하는 리보핵산(RNA) 기반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세브란스병원도 연구중심병원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초기 변이 세포를 찾아내고 제어하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참고 자료
Science(2026),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t0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