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피에트 몬드리안과 마크 로스코의 추상 회화를 합한 것처럼 보이는 이 사진은 과연 예술 작품일까. 한편으로는 공항 보안 검색대의 수하물 엑스레이(X선) 촬영 사진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사진은 우주에서 위성이 미국의 가상 화폐 채굴 센터를 열화상 카메라로 찍은 장면이다. 영국 위성 기업 샛뷰(SatVu)가 지난달 공개한 이 사진이 포착한 곳은 미 텍사스주 록테일에 있는 비트코인 채굴 기업의 데이터센터다. 이에 대해 미국의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닷컴은 "미국 최대 규모로 꼽히는 '라이엇 플랫폼스'의 비트코인 채굴 시설"이라며 "약 30만 가구 사용량에 달하는 700메가와트 전력을 이 시설이 쓰고 있다"고 했다.
샛뷰의 위성이 포착한 이 장면은 가상 화폐가 얼마나 '뜨거운 산업'인지를 말 그대로 보여준다. 일반 위성 사진에선 평범한 공장 단지처럼 보이던 곳이, 열화상으로 바뀌는 순간 거대한 발열 덩어리로 드러났다. 고성능 서버가 빽빽이 들어찬 건물이 특히 선명한 붉은색으로 나타났다. 비트코인 채굴 경쟁은 더 많은 연산, 더 빠른 칩, 더 많은 전력을 요구한다. 서버 발열을 잡으려고 다시 전기를 쓰고, 이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샛뷰는 이 사진이 규제 기관과 전력망 운영자에게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나 통계는 몇 주 또는 몇 달 뒤에 나오는 반면, 위성의 열화상 사진은 지금 얼마나 전력을 쓰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스페이스닷컴은 비트코인 한 건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솔린 차량이 2500㎞ 주행할 때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고 전했다.
가상 화폐 채굴 용도뿐 아니라 AI(인공지능)용 데이터센터도 급증 추세다. 맥킨지 컨설팅은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7조달러(약 1경130조원) 이상이 데이터센터 건설과 인프라에 투자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전력 소비의 약 1% 이상,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의 약 0.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AI와 가상 화폐가 동시에 경쟁적으로 전력을 빨아들이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우주에서 위성이 보낸 이번 사진은 지구에 건넨 진단서와 다름없다. 속으로 곪아가는 병의 징후를 MRI(자기공명영상)로 포착하는 것처럼, 급증하는 전력 수요로 앓고 있는 지구에 경고장을 내민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