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동안 쉬지 않고 지구 위를 돈 거리가 약 60억㎞다. 지금까지 이곳을 드나든 인원은 290여 명. 이들이 먹고 자고 연구한 이곳은 인류가 우주로 쏘아 올린 가장 크고 비싼 집인 '국제우주정거장(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이다.
ISS가 올해로 입주 26년째를 맞았다. 2000년 11월 2일은 미국 우주 비행사 윌리엄 셰퍼드와 러시아 우주 비행사 유리 기젠코, 세르게이 크리칼료프가 ISS에 도착해 첫 입주자가 된 지 만 25년이 지난 것이다. 어느덧 낡고 균열이 생겨 유지·보수가 쉽지 않게 된 ISS는 오는 2030년 운영을 종료하고, 민간 우주정거장에 자리를 물려줄 준비를 하고 있다.
◇290명이 거쳐간 '우주 집'
지난 25년간 ISS 운영에 투입된 비용은 무려 200조원이다. '돈 먹는 하마' 같은 존재지만, 인류는 이곳을 세계 과학 기술 협력의 상징으로 여기며 공동으로 가꾸고 유지해왔다.
ISS는 1998년 11월 러시아 로켓으로 첫 모듈 '자랴(Zarya·새벽이라는 뜻)'를 발사하면서 지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ISS는 미국과 유럽, 일본, 캐나다가 우주에서 모듈을 하나씩 연결하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여러 나라가 건설에 동시에 참여한 것은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국제 협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ISS는 한 나라가 독점하지 않도록 설계됐고, 여러 나라가 함께 지은 '국제 공동 건축물'이었다.
2000년 첫 입주 당시만 해도 ISS는 세 모듈로만 구성돼 대략 침실 하나짜리 아파트 정도에 해당하는 크기였다. 사용 가능한 전력도 3킬로와트에 불과했다. 이곳에서 세 우주비행사는 4개월 동안 인체가 미세 중력 환경에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기록했고, ISS의 핵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살폈다.
지금의 ISS는 16개 모듈로 구성된 거대한 집이다.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은 약 388㎥ 정도로, 방 6개짜리 집 정도 크기다. ISS 전체 구조물은 태양전지판까지 포함하면 웬만한 축구장보다 크다. 전력은 태양전지판을 통해 최대 100킬로와트까지 공급받는다.
NASA(미 항공우주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ISS에 배송된 화물 총량은 680t가량이다. 전달된 식량 보급 상자는 2만100개가 넘는다. 우주비행사들이 ISS에서 먹은 토르티야칩 개수는 7만개가 넘는다.
◇하루 2시간은 꼭 운동
우주엔 중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머무는 이들의 몸이 단기간에 약해질 수 있다. 미세 중력 환경에 사람 몸이 노출되면 근육이 빠르게 줄고 뼈가 약해지며 시력도 현저히 나빠진다. 우주비행사들이 매일 ISS에서 2시간씩 반드시 운동을 하는 이유다. ISS에는 러닝머신과 자전거, 다양한 근력 운동 기구가 있다.
ISS엔 화장실 4개가 있다. 흡입 방식으로 배설물을 처리한다. 우주는 물이 대단히 귀한 곳이다. 사람이 배출한 소변과 땀, 숨결에서 나온 수증기는 모두 모아 여과한 뒤 98%가량을 다시 식수로 쓴다. 오늘의 소변을 내일의 음료 재료로 쓰는 셈이다.
◇ISS에서 쓴 논문 4400편
ISS는 단순한 숙소를 넘어선 거대한 과학 실험실이기도 하다. NASA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곳에서 4400편이 넘는 과학 논문이 나왔다. 연구에 참여한 나라는 110국이 넘는다. 인간의 노화 및 난치병 치료, 신약 후보 물질 발굴, 신소재 개발, 우주 환경 연구가 지금도 ISS를 통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주비행사들이 ISS 밖에서 우주복을 입고 작업하는 '우주 유영(Extravehicular Activity·EVA)'도 지금까지 270번 넘게 이뤄졌다. 승무원들은 우주 유영을 통해 우주선을 직접 고치거나 새로운 과학 실험 장비를 설치하고, 각종 과학 샘플을 채취하면서 미래 탐사를 위한 데이터를 모은다.
ISS는 지금 이 순간도 시속 2만8000㎞로 지구를 돌고 있다. 하루에 지구를 16바퀴 돌기 때문에 ISS에선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하루 16번 볼 수 있다. 25년 동안 ISS에선 그렇게 '내일의 태양'이 쉬지 않고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