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끝을 살짝 찔러 나온 혈액 몇 방울을 종이 카드에 떨어뜨려 말린 뒤, 그 혈액으로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신호를 측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예테보리대를 포함한 국제 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6일 발표했다. 정맥 채혈이나 뇌 검사, 뇌척수액 검사를 받기 어려운 사람들도 비교적 간편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알츠하이머병은 기억력 저하로 대표되는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뇌 안에서 특정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거나 변형되면서 신경세포가 손상돼 나타난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기는 쉽지 않다. 뇌에 쌓인 변화를 보는 뇌 스캔은 비용과 접근성의 장벽이 있고, 뇌척수액 검사는 허리 쪽에 바늘을 넣어야 해 침습적 부담이 컸다. 이런 이유로 환자와 가족들이 검사를 망설이거나,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검사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혈액 속 바이오마커를 측정해 알츠하이머를 가늠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p-tau217′이라는 표지자는 알츠하이머에서 뇌에 비정상 단백질이 쌓이며 나타나는 변화를 혈액에서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다만 검체를 누가 어떻게 채혈하고, 어떤 조건으로 보관·운송하느냐가 결과의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현장 적용이 숙제로 남아 있었다.
연구진은 이 문제를 손끝 채혈과 건조 혈액 방식으로 풀 수 있을지 시험했다. 손가락 끝에서 소량의 혈액을 얻은 뒤 이를 카드에 떨어뜨려 말려 보관하고, 이후 분석 장비로 알츠하이머 관련 단백질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337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말린 혈액에서 측정한 p-tau217 수치가 기존의 일반 혈액검사 결과와 매우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특히 손끝 채혈로 측정한 p-tau217 결과로 뇌척수액에서 나타나는 알츠하이머 관련 변화를 정확도 86%로 식별할 수 있었다. 또 p-tau217뿐 아니라 GFAP와 NfL 같은 다른 표지자도 성공적으로 측정됐고, 기존 검사와 높은 일치도를 보였다. GFAP는 뇌에서 염증성 변화나 손상이 있을 때 함께 변하는 단백질이며, NfL은 신경섬유 손상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즉, 뇌의 변화와 손상 신호를 혈액에서 함께 읽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실험 참가자들이 연구진의 안내 없이도 스스로 채혈해 말린 혈액 샘플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의료진이 부족하거나 검체 운송·보관이 어려운 지역에서도 원격 검사나 대규모 연구가 가능해질 수 있음을 뜻한다.
연구진은 "아직 임상에서 바로 쓰기엔 이르며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향후 표준화와 오진 가능성, 다양한 인구 집단에서의 재현성 확보가 관건"이라며 "알츠하이머 위험이 더 높은 다운증후군 환자나 의료 접근성이 낮은 취약 집단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참고 자료
Nature Medicin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91-025-04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