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와 연구 인력 운영이 전년보다 전반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투자 확대 국면으로 확실히 돌아섰다기보다는, 지난해 크게 위축됐던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지며 하락세가 완화되는 흐름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업종에 따라 회복 속도와 체감 온도가 달라 일부 산업은 반등 기대가 커진 반면, 일부는 위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는 '2026년 연구개발전망조사(RSI)' 결과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산기협은 2013년부터 기업의 R&D 투자와 연구원 채용 전망을 매년 조사해 오고 있으며, 이번 조사는 R&D 조직을 보유한 기업 5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2026년 기업의 투자 RSI는 99.7, 인력 RSI는 94.9로 집계됐다. 이는 2025년 전망 조사 당시 투자 79.6, 인력 84.2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개선된 수치로, 기업들의 R&D 투자에 대한 불안 심리가 전년보다 완화됐음을 시사한다. RSI는 100을 기준으로 100 이상이면 전년 대비 증가, 100 미만이면 감소, 100이면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2026년 R&D 투자를 늘리려는 이유로는 '기존 사업 추진 확대'가 30.5%로 가장 많았고, '디지털(인공지능(AI) 등) 관련 신사업 기회 및 추진'(19.0%), '경영자의 강력한 연구개발 투자 의지'(18.4%)가 뒤를 이었다. 반면 글로벌 주요 이슈로 꼽히는 '탄소중립 대응'은 2.3%에 그쳐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동인으로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기업 유형별로 보면 중견기업의 투자 RSI가 103.1로 100을 넘어서며 확대 전망이 우세했지만, 대기업(98.1)과 중소기업(99.3)은 100에 못 미쳐 2025년과 비슷한 수준의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조사됐다.
인력 RSI는 투자 RSI에 비해 회복 속도가 더뎠다. 대기업 95.2, 중견기업 94.9, 중소기업 94.4로 모든 유형에서 100을 밑돌며 연구 인력 채용은 감소 전망이 우세했다.
산업별로는 기계, 전기전자, 정보통신, 화학, 기타 산업에서 투자 RSI가 100 이상으로 반등하며 회복 기대가 나타났다. 다만 인력 측면에서는 전기전자 산업만 104.2로 100을 넘어 채용 확대 전망을 보였고, 나머지 산업은 대부분 100 미만에 머물렀다. 반대로 건설·소재·자동차 산업은 지난해 위축 흐름이 그대로 이어졌다. 투자 RSI는 건설 90.0, 소재 89.6, 자동차 90.6으로 나타났고, 인력 RSI는 건설 77.1, 소재 91.7, 자동차 88.3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부정적 심리가 두드러졌다.
고서곤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R&D 투자 전망치가 여전히 기준선(100)을 확실히 상회하지 못하는 만큼, 기업들이 본격적인 투자 확대보다는 신중한 기조 속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들의 R&D 회복 흐름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업친화적 정책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