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를 보면 네 발로 걷던 존재가 어느 순간 두 발로 몸을 일으켜 세운 장면이 등장한다. 학자들은 이 변화를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결정적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이 첫 직립 보행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밝히려고 부단한 연구 노력을 지속해 왔다.
현재까지 밝혀진 가장 오래된 인류로 불리는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Sahelanthropus tchadensis). 약 700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처음으로 두 발로 걸었을 것이라는 점을 뒷받침할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대 인류학과 스콧 윌리엄스 부교수, 프랑스 푸아티에 대학 고인류학과 미셸 브뤼네 교수팀의 공동 연구다. 연구 결과는 지난 3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소개됐다.
◇700만 년 전 조상, 두 발로 걸었다?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의 화석은 2001년 프랑스 푸아티에 대학 고인류학 연구팀이 아프리카 차드의 주라브 사막에서 처음 발견했다.
이때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란 이름에서 '사헬'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주변 지대를, '차덴'은 차드 공화국을 뜻한다. 당시 연구팀은 차드 주라브 사막에서 두개골과 아래턱 2개, 이빨 3개 등 화석 6점을 발견했고, 1년이 지난 2002년엔 같은 곳에서 화석 20점을 추가로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화석들을 분석해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가 처음으로 두 발로 걸었던 인류의 조상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분석에선 그러나 주로 두개골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논란이 이어졌다. '두개골만으로는 직립 보행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 '팔다리 뼈 분석이 부족하다' '이들이 정말 인간인지 유인원인지 알 수 없다'는 반박이 적지 않았던 탓이다. 실제로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는 겉모습만 보면 뇌는 작고 얼굴은 원숭이와 매우 비슷하다.
연구팀은 이번엔 최신 3D 분석 기술을 동원해 허벅지뼈와 팔뼈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두 발로 서서 걸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특징을 확인했다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허벅지뼈에 있는 아주 작은 돌기다. 연구팀은 이 돌기가 몸통을 곧게 세워 주는 강력한 인대가 붙는 자리라고 봤다. 이 인대가 앉아 있을 땐 느슨하고 일어서면 단단해져서 몸이 뒤나 옆으로 넘어지지 않게 잡아준다는 것이다.
스콧 윌리엄스 교수는 "이 허벅지뼈의 돌기는 지금까지 두 발로 걷는 인류 계통의 화석에서만 발견된 것"이라면서 "아마도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는 나무도 타고, 땅 위도 걸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론도 여전
여전히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들 연구팀 주장에 일부 학자는 "허벅지뼈 화석이 너무 손상돼 있고, 문제의 돌기도 희미해 해석이 애매하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또 "이들 화석 구조가 전체적으로 봤을 땐 아프리카 대형 원숭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는 인류 조상이 아니라, 초기 침팬지의 일종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상희 미국 UC 리버사이드 인류학과 교수도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를 통해 "이번 연구에서 언급된 허벅지뼈 돌기가 과연 돌기인지, 화석화 과정이나 혹은 그 후 과정에서 일어난 뼈의 변형인지에 대해선 앞으로 추가 연구를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차덴시스는 외형은 침팬지나 보노보와 비슷하지만, 두 발로 걷는 유인원이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 "올해 다시 추가 발굴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