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은 생명체가 살기 어렵다. 낮 평균 기온은 영하 65℃, 밤이 되면 영하 120℃까지 내려간다. 대기는 지구의 1%에 불과해 해로운 자외선과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된다. 물도 귀하다. 얼음이 녹아도 기압이 낮아 바로 증발한다. 사람이 이곳에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2015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은 화성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미 항공우주국(NASA) 대원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사고로 혼자 화성에 남게 되자, 감자를 키워 먹으며 겨우 버틴다. 이때 와트니가 감자를 키우는 곳도 화성이라고 보긴 어렵다. 화성 안에 만들어진 '해브(HAB)'라는 임시 기지다. 인공적으로 지구 환경을 모사한 작은 '상자' 같은 곳에서만 인간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생명체가 살아남기 어려운 척박한 화성 환경을 인위적으로 바꿔 사람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이른바 '화성 테라포밍(Terraforming of Mars)'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십수 년 전부터 관련 연구를 해온 학자들은 최근 들어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로켓 재사용 기술 덕분에 우주로 물건을 보내는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지면서, 화성 환경을 바꾸겠다는 꿈이 실현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일부 억만장자들도 화성 테라포밍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대고 있다. 불가능을 현실로 바꾸는 데 도전한다는 것이다.
◇사람 살 수 있게 '화성'을 바꾼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근처에서 과학자들이 '초록빛 화성(Green Mars)'이라는 이름의 워크숍을 가졌다고 지난 30일 보도했다. "어떻게 하면 화성에서 생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까"를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많은 과학자는 화성에 사람이 살아갈 방법을 알고 싶어 했지만, 워낙 실현되기 어렵고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드는 일이라서 'SF 소설 속 얘기' 정도로 치부돼 왔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최근 몇 년 사이다.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X'의 로켓 재사용 기술 발달로 우주에 발사체를 보내는 비용이 크게 낮아지면서다.
연구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환경과학·공학을 연구하는 로빈 워즈워스 교수팀은 10여 년 전부터 단열 효과가 좋은 에어로겔로 화성 표면을 덮으면 자외선을 차단하고 온도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19년 관련 연구 논문을 '네이처 천문학'에 공개하기도 했다. 워즈워스 박사는 "화성에 얼음이 있다고 추정되는 지역을 에어로겔로 덮으면 얼음이 녹아 물을 얻을 수 있고, 자외선이 차단되고 햇빛은 공급돼 식물을 키울 수도 있다"고 했다. 이른바 화성에 '온실 거주 구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워즈워스 박사는 이 같은 연구를 '응용 외생물학(Applied Astrobiology)'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지구 생명체가 지구 밖에서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화성 개발' 꿈꾸는 이들
미국 시카고대학교의 지질학자 에드윈 카이트 교수도 화성에 '온실'을 만드는 것을 연구하는 사람 중 하나다. 카이트 교수의 구상은 화성 대기에 철이나 탄소 기반의 초미세 입자를 살포해, 행성 전체에 '떠 있는 온실층'을 만드는 것이다. 이 입자들이 태양빛은 통과시키되, 지표에서 방출되는 적외선 열을 흡수·재방출해 평균기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화성 대기에 철과 알루미늄을 살포해 9㎛(1㎛는 100만분의 1m) 정도 되는 금속 나노 막대를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이 나노 막대를 매년 200만t씩 10~100m 상공에 주입하면 몇 년 안에 수십 도씩 기온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극지와 지하에 얼어 있던 얼음의 일부를 녹여 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NASA와 손잡고 우주 환경 생물 시스템을 연구하는 에리카 알덴 드베네딕티스 박사가 2024년 설립한 비영리 연구 단체 '파이오니어 랩(Pioneer Labs)'도 있다. 이곳은 우주에서도 음식이나 섬유 같은 필수 자원을 생산하는 시스템을 연구한다. 박테리아나 효모를 투입한 밀폐 생물 반응기를 우주로 가져가 단백질을 만들거나 박테리아 섬유를 만들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실리콘밸리의 일부 억만장자들도 화성 이주 계획 연구를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오래전부터 '화성 테라포밍'을 꿈꿔왔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스페이스X의 '스타십'은 머스크가 화성과 심우주 탐사를 위해 개발한 대형 재사용 가능 우주선이다. 머스크는 이미 2016년에 화성에 100만명이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화성 이주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머스크는 또한 화성 대기에 있는 이산화탄소(CO₂)와 얼음을 활용하면 메탄(CH₄)과 산소(O₂)로 스타십 비행에 필요한 연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블록체인 전문가이자 '리플'의 공동 창업자인 제드 맥케일럽도 화성 테라포밍 연구를 지원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는 우주 기업 '배스트 스페이스'와 비영리 기구 '아스테라 연구소'를 설립, 화성 테라포밍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2026년엔 첫 민간이 운영하는 상업용 저궤도 우주 정거장 '해이븐(Haven)-1'을 발사할 계획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