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훈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진의 연구 개념도./카이스트

스마트폰 카메라부터 자율주행 센서까지, 기기 안에서 데이터를 빠르고 적은 전력으로 처리하는 반도체 기술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위한 '센서–연산–저장' 통합형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제시했다.

전상훈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지난 12월 8~1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적 반도체 학회 '국제전자소자학회(IEEE IEDM 2025)'에서 총 6편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가운데 한 연구는 하이라이트 논문, 최우수 학생 논문(Top Ranked Student Paper)으로도 함께 선정됐다.

AI가 더 똑똑해질수록, 데이터를 더 빨리·적은 전력으로 처리하는 반도체 기술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카메라나 각종 센서가 달린 기기에서는 센서(감지)–연산(처리)–메모리(저장)가 따로 움직이는 기존 구조 때문에 전력 소모와 지연이 발생해 왔다. 촬영한 정보를 다른 칩으로 옮기고, 저장했다가 다시 불러와 계산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낭비가 생기기 때문이다.

KAIST 연구진이 제시한 해법의 핵심은 보는 곳에서 바로 계산하고, 필요한 정보만 저장하는 구조다. 하이라이트 논문으로 선정된 연구를 통해 사람의 눈과 뇌가 하는 일을 한 칩에서 처리하도록 설계한 '신경모방 시각 센서'를 개발했다. 빛을 감지하는 센서와 신호를 처리하는 회로를 한 칩 안에 위아래로 겹쳐 넣어, 감지와 판단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 내용을 바탕으로, 센서부터 메모리까지 AI 반도체 전반을 개선하는 6가지 핵심 기술도 함께 발표했다. 기존 반도체 공정을 그대로 쓰면서도 전기를 훨씬 덜 쓰는 뇌처럼 작동하는 뉴로모픽 반도체와 AI에 최적화된 차세대 메모리를 동시에 만든 것이다.

센서 분야에서는 찍고 보내서 계산하던 흐름을 바꿔, 센서에서 중요한 정보만 골라내고 바로 처리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하면 외부로 보내야 하는 데이터 양이 줄어들어 전력 소모를 줄일 수 있고, 반응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AI에 필요한 저전력과 안정적인 저장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더 낮은 전압으로 동작하면서도 오래 쓰고,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차세대 낸드 플래시를 구현했다.

전상훈 교수는 "센서·연산·저장을 각각 따로 설계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전 과정을 하나의 체계로 묶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초저전력 엣지 AI부터 대규모 AI용 메모리까지 폭넓게 적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전자, 경북대, 한양대와의 협업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