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헬스케어 글로벌 난임사업부 총괄 알렉산더 슈타인바흐 수석부사장. /머크

"우리가 개발한 난임 치료 약물을 사용한 시험관 시술로 태어난 아기가 지금까지 전 세계 600만명쯤 됩니다. IVF(체외인공수정술) 도입 후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인원의 50%에 달합니다."

독일 바이오기업 '머크(Merck)'의 헬스케어 글로벌 난임사업부 총괄 알렉산더 슈타인바흐 수석 부사장은 20년 넘게 난임 치료 부문에서 일해온 전문가다. 한국을 최근 방문한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머크의 난임 치료가 세계 인구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슈타인바흐 수석 부사장에 따르면, 머크의 난임 치료제 개발의 뿌리는 116년 전 이탈리아 로마에서 설립된 기업 '세로노(Serono)'에서 시작된다. 세로노는 본사를 스위스 제네바로 옮기고 1950년대 최초로 호르몬 요법을 도입해 난임 치료 기반을 마련했다. 1978년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날 때 쓴 약물도 세로노 제품이다. 머크는 2007년 세로노를 인수했다.

머크는 난임 치료를 핵심 사업으로 확대해 왔다. 난임 치료제를 고도화해 고령 산모를 위한 치료제 '퍼고베리스' 등을 개발했다. 2023년부터는 난임 정책 프로젝트 '퍼틸리티 카운츠(Fertility Counts)'를 진행하고 있다. 나라별로 어떤 정책이 출산율에 도움이 됐는지, 난임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보험 제도는 어떤 것인지를 연구해 백서를 발간하고,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해 성공적인 출산 정책도 공유한다.

난자 냉동 지원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슈타인바흐 수석 부사장은 "난자 동결은 미래 임신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면서 "머크는 나라마다 보험 지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각 나라 정부 관계자와 정책 전문가들과 만나 관련 내용을 설파하고 있다"고 했다. 머크 사내에서도 난자 냉동을 원하는 직원에겐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슈타인바흐 수석 부사장은 "난임 치료는 세계 인구 정책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모든 머크 직원에게 난임 치료 비용을 최대 10만유로(약 1억7000만원)까지 횟수 제한 없이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직원 배우자도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다.

머크는 탄력 근무제, 유연 근로제를 충실히 운영하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한국머크에선 주 2회 재택근무를 허용한다. 직원이 임신 사실을 보고하면 마음 편히 육아휴직을 떠날 수 있도록 휴가 45일 전까지 대체 업무 인력도 구해준다.

슈타인바흐 수석 부사장은 "유연한 근무 환경은 성공적인 난임 치료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했다. 그는 "난임 치료를 받으려면 병원에도 자주 가야 한다"며 "일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