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30일 제228회 전체회의 회의를 갖고 새울 3호기 신규가동을 허가했다. 사진은 새울원자력본부 새울 3·4호기 전경./ 새울원자력본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울산 울주의 새울 원자력발전소 3호기(옛 신고리 5호기) 운영을 허가했다. 2016년 6월 건설 허가 9년 만이다. 국내에서 신규 원전 운영 허가가 나온 것은 2023년 9월 신한울 2호기 이후 2년여 만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나온 신규 원전 운영 허가이기도 하다. 원전 업계에선 "이재명 정부의 원전 스탠스가 애매했는데 이번 새울 3호기 운영 허가로 건설 중이거나 예정인 원전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믿음이 커졌다"고 했다.

원안위는 30일 개최된 제228회 회의에서 '새울 원자력발전소 3호기 운영 허가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5인, 반대 1인으로 통과시켰다. 원안위는 이날 심의 회의에서 "새울 3호기의 원자로 건물 설계 안전성과 사고 발생·대응 설비, 방사선 영향 평가, 원전 운영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한 결과, 원자력 안전법의 허가 기준을 충족해 운영을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원안위는 지난 19일 회의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출한 사고 관리 계획서의 일부 설명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의결을 보류한 바 있다.

새울 3호기는 국내 다섯째로 운영 허가가 신청된 설계 연한 60년짜리 APR1400 모델의 신형 원전이다. 본래 이름은 신고리 5호기다. 2016년 건설을 시작했으나,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 정책으로 2017년 건설 중단 여부를 묻는 3개월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다시 건설이 확정됐다. 업계에선 이번 새울 3호기의 운영 허가로 부족한 전력 공급에도 숨통이 트였다고 보고 있다. 새울 3호기의 발전 용량은 1400메가와트(MW)급으로, 국내 총 발전량의 1.7%, 울산시 전력 수요의 37%에 해당한다. 부산·광주·대전 시민이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과 맞먹는 규모다.

그래픽=백형선

◇文 탈원전 거치며 4년 지각 허가… AI 전력 공급, 급한 불은 껐다

새울 3호기는 건설 과정에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건설 허가부터 운영 허가까지 9.7년이 걸렸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탈원전 정책이 시작되면서 당시 건설 중이던 새울 3호기와 4호기를 계속 지을지, 중단할지를 공론화에 부치면서 지연됐고, 건설 안전 기준이 강화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또다시 늦어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 이전 운영 허가가 난 원전 23기의 건설 허가부터 운영 허가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5.2년이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운영 허가가 난 새울 2호기(2019년 2월)는 11년, 신한울 1호기(2021년 7월)는 9.7년, 신한울 2호기(2023년 9월)는 11.9년이 걸렸다.

◇9년 우여곡절 끝에 허가받은 새울 3호기

새울 3호기 건설 과정은 쉽지 않았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새울 3호기가 재건설을 확정한 것은 2017년이다. 2018년엔 주 52시간제 도입 영향으로 건설 기간도 늘어났다. 현장에 투입 가능한 인력은 한정되고 하루 작업 가능한 시간이 줄면서 공사 기간이 늘어난 것이다. 2021년 2월엔 경주 지진 발생으로 내진 성능 강화를 위해 설계를 바꾸면서 공사 기간이 또다시 연장됐고, 2022년엔 환경 관련법 개정에 따라 폐수 처리 설비 설계 변경으로 사업 기간이 늘어났다.

운영 허가 역시 탈원전 정책으로 지연됐다.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새울 3호기와 새울 4호기의 운영 허가를 신청한 것은 2020년 8월 5일이다. 운영 허가 심사는 그러나 2022년 3월에 비로소 시작됐다. 이후에도 3년 9개월이 지나서 원안위가 이번에 운영을 허가한 것이다.

새울 3호기는 기존 원전보다 안전성을 높인 원전이기도 하다. 항공기 테러 같은 극단적인 외부 충격에 대비해 설계를 바꾼 첫 원전이다. 앞선 한국형 원전보다 벽체 두께가 15㎝ 늘어난 137㎝로 설계됐다. 원자로를 둘러싼 보조 건물은 30㎝ 더 두꺼워진 180㎝다.

지진 같은 사고로 전원이 끊길 것에 대비해 '대체 교류 디젤 발전기'도 추가 설치했다. 전기 생산에 쓰고 남은 사용후 핵연료 저장 용량을 기존 원전의 3배 수준인 60년 치로 설계했다. 이는 원전의 설계 수명 전체 기간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 전부를 원전 내부에 보관할 수 있는 규모다.

이날 원안위의 운영 허가로 한국수력원자력은 새울 3호기에 연료를 장전하고 6개월 정도 시운전에 들어간다. 내년 8월쯤 상업 운전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전력 공백 메워지나

원전 업계에선 이번 새울 3호기 가동으로 퇴역하는 원전들로 인해 생기는 전력 공백이 어느 정도 메워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후 원전 중 한빛 1호기는 지난 22일 설계 수명이 만료되고 가동을 멈춘 채 계속 운전 심의를 기다리는 상태다. 한빛 1호기 외에도 8기의 원전이 현재 계속 운전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고리 3~4호기, 한빛 2호기, 한울 1~2호기, 월성 2~4호기 등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원전이 투입되면 전력 수급 불안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새울 3호기 이후 신규 원전 허가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전력 수요도 빠르게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최대 전력 추가 수요는 2025년 0.5기가와트(GW)에서 2038년 4.4GW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 3기의 설비 용량과 맞먹는 규모다. 현실적으로 새울 3호기 이후에 가장 빨리 운영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신규 원전은 새울 4호기다. 내년 중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는 새울 4호기에 대한 운영 허가 심의를 내년 하반기 중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는 문재인 정부 때 건설이 백지화됐다가 2024년 9월 건설 허가를 받았다. 2033년 상업 운전이 목표다.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새울 3호기 운영 허가로 필요한 전력의 상당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정부가 전력 계획을 수립할 때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전원 공급을 어떻게 가져갈지 협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