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13세가 되기 전에 스마트폰을 가질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수면의 질이 나쁠 위험이 60%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만 위험도 4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8일 국제 학술지 '소아과학(Pediatrics)'에 실린 연구를 보도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12세에 스마트폰을 받은 아이들은 13세에 받은 아이들보다 수면 문제 위험이 60% 이상, 비만 위험이 40% 이상 높았다.
◇13세 전에 스마트폰 쥐면 수면 장애 60% 늘어나
랜 바르질레이 미국 필라델피아 소아병원 정신과 교수팀이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하는 '청소년 뇌·인지 발달 연구(ABCD)'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ABCD는 2005~2009년에 태어난 미국 아동·청소년 약 1만2000명을 장기 추적하는 연구로, 바르질라이 교수팀은 이중에서도 미국 21개 지역에 거주하는 약 1만600명 데이터를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바르질레이 교수는 "이 연구는 (스마트폰과 미성년자 건강 사이의) 무시할 수 없는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결과"라면서 "특히 여성 청소년의 경우 자살 충동, 현실 도피, 감정 조절 능력 저하, 자존감 하락 등 청소년기 정신 건강 악화와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중독되면 자살 충동도 늘어
워싱턴포스트는 또한 지난 6월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발표된 또 다른 논문을 같이 소개했다. 이 논문 역시 ABCD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이 하루 동안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같은 화면을 보는 시간과 자살 위험 자체는 큰 관련성이 없었다. 그렇지만 중독 증상을 보이는 경우는 달랐다. 중독 증상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불안해하고 사용 시간을 쉽게 줄이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중독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의 자살 충동 사고나 행동 위험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3배 높았다는 것이다.
WP는 이런 연구 결과들로 인해 미성년자의 스마트폰 사용 논쟁이 기존의 유해 여부에서 "사회가 이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스마트폰 이용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이달부터 호주는 전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도 내년부터 비슷한 규제 시행을 검토 중이다.
최근 미국의 코네티컷, 메릴랜드를 비롯한 여러 주도 부모의 동의 없이 미성년자가 소셜 미디어 계정을 만들 수 없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