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동안 약 70억㎞를 돌았다. 지금껏 290명 넘는 이가 이곳을 드나들며 먹고, 자고, 연구했다.
인류가 지금까지 우주로 쏘아 올린 가장 크고 비싼 집, 국제우주정거장(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 얘기다.
2000년 11월 2일은 ISS에 미국 우주 비행사 윌리엄 셰퍼드와 러시아 우주 비행사 유리 기젠코, 세르게이 크리칼료프가 처음으로 장기 체류를 목적으로 도착한 날이다. 이들은 꼬박 136일을 ISS에서 지내다 지구로 귀환했고, 이날 이후로 이 '우주 집'엔 사람의 발길이 한 번도 끊긴 적이 없었다.
ISS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지 올해로 25년을 맞았다. 긴 세월 동안 ISS는 어느덧 낡고 균열이 생겨 유지·보수가 쉽지 않은 집이 됐다. 따라서 이제 2030년 운영을 종료하고, 민간 우주정거장에 자리를 물려줄 준비를 하고 있다.
24일(현지 시각) 영국 국영방송 BBC가 ISS의 지난 25년을 조명했다. ISS를 운영하는 데 들인 돈은 지난 25년 동안 무려 200조원 정도. 그야말로 '돈 먹는 하마' 같은 존재지만, 인류는 그동안 이 지구 밖의 집을 전 세계 과학 기술 협력의 상징으로 여기며, 함께 지키고 가꾸고 유지해왔다.
◇290명이 거쳐간 '우주 집'
ISS는 1998년 11월 러시아 로켓으로 첫 모듈 '자랴(Zarya·새벽이라는 뜻)'를 발사하면서 지어지기 시작했다. 이 모듈은 러시아가 제작하고 미국이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이후 ISS는 미국과 유럽, 일본, 캐나다가 참여해 우주에서 모듈을 하나씩 연결하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여러 나라가 건설에 동시에 참여한 것은 냉전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국제 협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ISS는 한 나라가 독점하지 않도록 설계됐고, 여러 나라가 함께 지은 '국제 공동 건축물'이었다. 완성까진 13년이 걸렸다.
사람이 처음으로 살기 시작한 것은 2년이 지난 2000년 11월 2일이다. 미국의 윌리엄 셰퍼드, 러시아의 유리 기젠코, 세르게이 크리칼료프는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ISS에 도착해, 인류 최초의 우주정거장 입주자가 됐다. 임무명도 '익스페디션1(Expedition1·첫 번째 원정이라는 뜻)'이었다.
이들이 처음 ISS에 올 때만 해도 ISS는 세 모듈로만 구성된, 대략 침실 하나짜리 아파트 정도에 해당하는 크기였다. 사용 가능한 전력도 3킬로와트에 불과했다. 이곳에서 세 우주비행사는 4개월 동안 사람의 몸이 어떻게 미세 중력 환경에서 달라지는지를 기록했고, 우주정거장의 핵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살폈다. ISS에서 이뤄질 본격적인 과학 연구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이제 ISS는 16개 모듈로 구성된 거대한 집이다.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은 약 388㎥ 정도로, 방 6개짜리 집 정도 크기다. 또한 ISS 전체 구조물은 태양전지판까지 포함하면 웬만한 축구장보다 크다. 전력은 태양전지판을 통해 최대 100kW까지 공급받는다. 대형 과학 실험이나 지구 관측, 생명과학·의학 연구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전력 수준이다.
이곳을 드나든 우주비행사는 290명이 넘는다. 요즘엔 임무 기간이 보통 6개월 정도, 길어지면 1년 넘게 머무르기도 한다.
NASA에 따르면 지금까지 ISS에 배송된 화물 총량은 680t 가량, 전달된 식량 보급 상자는 2만100개가 넘는다. 우주비행사들이 그간 우주에서 먹은 토르티야칩 개수도 7만개가 넘는다.
◇하루 2시간은 꼭 운동
우주엔 중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머무는 이들의 몸이 단기간에 약해질 수 있다. 미세중력 환경에 사람 몸이 노출되면 근육이 빠르게 줄고 뼈가 약해지며 시력도 현저히 나빠진다. 우주비행사들이 매일 ISS에서 2시간씩 반드시 운동을 하는 이유다. ISS 안엔 러닝머신과 자전거를 비롯한 다양한 근력 운동 기구가 있다.
ISS엔 4개의 화장실이 있다. 우주에선 물이 아래로 흐르지 않기 때문에 흡입 방식으로 배설물을 처리한다. 우주는 물이 대단히 귀한 곳이기도 하다. 사람이 배출한 소변과 땀, 숨결에서 나온 수증기는 모두 모아 여과한 뒤 98%가량을 다시 식수로 쓴다. "오늘의 소변이 내일의 커피가 되는 곳"이 바로 우주다.
◇ISS에서 쓴 논문만 4400편
ISS는 단순한 숙소를 넘어선 인류의 거대한 과학 실험실이기도 하다. NASA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곳에서 4400편이 넘는 과학 논문이 나왔다. 연구에 참여한 나라는 110개국이 넘는다. 인간의 노화 및 난치병 치료, 신약 후보 물질 발굴, 신소재 개발, 우주 환경 연구가 지금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우주비행사들이 ISS 밖에서 우주복을 입고 작업하는 '우주 유영(Extravehicular Activity·EVA)'도 지금까지 270번 넘게 이뤄졌다. 승무원들은 우주 유영을 통해 우주선을 직접 고치거나 새로운 과학 실험 장비를 설치하고, 각종 과학 샘플을 채취하면서 미래 탐사를 위한 데이터를 모은다.
ISS는 지금 이 순간도 시속 2만8000㎞로 지구를 돌고 있다. 하루에 지구를 16바퀴 돌기 때문에 ISS에선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하루 16번 볼 수 있다. 25년 동안 ISS에선 그렇게 '내일의 태양'이 쉬지 않고 떠올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