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진흥협회(AAAS)가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가 2025년 '올해의 혁신(Breakthrough of the Year)'으로 '급성장하는 재생 에너지(renewable energy)'를 선정했다. 재생 에너지 발전량이 올해 처음으로 화석 연료 에너지 발전량을 앞질렀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재생 에너지 사용량, 석탄 처음 넘겼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오랫동안 석탄, 석유, 가스 같은 화석 연료에 에너지를 의존해 왔다. 흐름이 바뀐 것은 올해부터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 전력 시스템을 데이터로 분석하는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재생 에너지는 처음으로 석탄을 넘어섰다. 태양광과 풍력을 포함한 재생 에너지원을 통해 지난 1~6월 생산된 전 세계 전력은 5072테라와트시(TWh) 정도였다. 같은 기간 석탄 발전량 4896TWh를 넘어서는 수치다. 석탄은 전력 부문에서 탄소 배출량이 가장 높은 화석연료다.
또한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늘어난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분은 모두 태양광과 풍력이 감당했다. 에너지 사용 패러다임이 그만큼 바뀌었다는 얘기다.
재생 에너지 사용량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시진핑 주석은 유엔 연설에서 에너지 사용을 줄이지 않고도 풍력과 태양광을 대폭 늘려 10년 안에 탄소 배출을 최대 10%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에선 또한 태양광 패널 수입이 급증했다.
◇재생 에너지 확대, 중국이 주도
엠버는 또한 중국과 인도가 재생 에너지 확대를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전력 소비국인 중국은 한때 대기오염과 막대한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인식됐다. 지금도 중국의 탄소 배출량은 다른 선진국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다. 그러나 최근엔 풍경이 달라졌다.
사막과 티베트 고원에는 태양광 패널이 깔리고, 해안과 산등성이에는 높이 300m에 이르는 풍력 터빈이 늘어서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화석 연료 발전량을 2% 줄이고 태양광 발전량을 43%, 풍력 발전량을 16% 확대했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서 생산된 태양광 발전 전력 증가분의 55%가 중국에서 나왔다. 현재 중국의 태양광·풍력 설비 용량은 미국 전체를 먹여 살릴 만큼 크다. 수년간 보조금으로 산업을 키운 결과다.
중국은 또한 전 세계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재생에너지 핵심 장비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전 세계 태양전지의 80%, 새로 생산되는 풍력 터빈의 70%, 리튬 배터리의 70%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달라지는 전 세계 에너지 지형
유럽은 물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도 중국산 태양광·배터리·풍력 장비를 앞다퉈 도입하기 시작했다.
인도는 최근 풍력 발전량을 29%, 태양광 발전량을 31% 늘리고 있다. 덕분에 석탄 및 가스 사용량은 3.1% 감축했다.
파키스탄에선 2022~2024년 중국산 태양광 패널 수입이 5배 늘어났다. 중국 재생 에너지 장비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면서 생긴 변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노후한 석탄 발전소가 잦은 고장을 일으키자 최근엔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늘리고 있다. 에티오피아 역시 가뭄으로 수력 의존이 불안해지자 태양광·풍력 발전을 확대하는 추세다.
◇한계는 여전
사이언스지는 "그러나 재생에너지 발전이 확장되기 위해선 아직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봤다. 미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가 최근 재생에너지 전환에 반대하거나 속도를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석탄 생산 확대를 목표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석탄 화력 발전소 지원을 재차 약속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선 화석연료 발전이 예년보다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