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은 반세기 만에 달 궤도에 우주인을 보내고, 중국은 11㎞ 깊이 해저 지각 시추에 나선다. 일본과 인도는 각각 화성과 태양 탐사선을 발사하고, 영국은 50가지 암을 진단하는 혈액 검사의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한다. 실험실에는 인공지능(AI) 과학자가 본격적으로 도입돼 과학 연구의 판도를 바꾼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18일(현지 시각) 이 같은 내용으로 2026년 과학계에서 주목할 사건을 선정해 발표했다.

2022년 11월 16일 발사를 앞두고 있는 아르테미스 1호. 당시 무인 비행 시험으로 진행됐다. 2026년에는 실제 우주인 4명을 태우고 달 궤도를 선회하는 아르테미스 2호 임무가 진행된다./NASA

◇우주 선진국들의 탐사 경쟁 가열

네이처는 우주 선진국들의 탐사 경쟁은 내년에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1972년 아폴로 17호 이래 중단됐던 유인(有人) 달 탐사를 반세기 만에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으로 재개했다. 2022년 아르테미스 1호가 무인 시험 발사에 성공했으며, 내년 2월쯤 아르테미스 2호는 오리온 우주선을 타고 달 주위를 비행할 우주비행사 4명을 달 궤도로 보낼 예정이다. 10일간 진행될 이 비행은 1970년대 이후 첫 유인 달 탐사 임무로, 2027년 아르테미스 3호의 우주인 달 착륙 임무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도 8월 차기 달 무인 탐사선인 창어(嫦娥) 7호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창어 7호는 암석과 충돌구가 산재한 달 남극에 착륙하기 위해 충격 흡수 기능을 갖춘 점프형 우주선으로 개발됐다. 창어 7호는 달 남극에 풍부한 얼음을 탐사하고 달의 지진도 연구할 예정이다. 앞서 2023년 인도 찬드라얀 3호가 처음으로 달 남극 근처에 착륙했다.

유럽과 일본, 인도는 달 너머 심우주를 탐사한다. 일본은 화성의 두 위성인 포보스와 데이모스를 탐사하는 MMX(Martian Moons eXploration·화성 위성 탐사)를 발사한다. 이 우주선은 포보스 표면의 토양 시료를 채취하고 2031년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유럽우주국(ESA)은 내년 말 행성 탐사 위성 플라토(PLATO)를 발사한다. 플라토는 탑재 카메라 26대로 20만개 이상의 밝은 별을 관측하며 물이 존재할 수 있는 온도의 '지구형 행성'을 식별할 예정이다.

인도의 첫 태양 탐사선인 아디티야 L1은 태양 활동의 극대기를 근접 관측한다. 최근 태양은 11년 만에 태양 활동 극대기로 접어들었다. 태양 활동 극대기에 고에너지 입자들이 뿜어져 나오면 인공위성이나 통신, 전력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지속적인 관측이 필요하다. 아디티야 L1은 지난해부터 지구에서 약 150만㎞ 떨어진 곳에서 태양을 지속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궤도에 자리 잡았다.

유전자 교정 관련 이미지. 2026년 희소 유전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교정 치료 임상시험이 두 건 진행된다./PNAS

◇과학자 반열에 오르는 인공지능

인공지능(AI)은 올해 과학 연구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과학자들은 AI의 머신러닝(기계학습)과 딥러닝(심층학습)을 이용해 신약이 될 단백질을 설계했다. 머신러닝은 사전에 프로그래밍하지 않고도 대용량 데이터를 학습하고 스스로 방법을 찾는 AI 기술이다. 딥러닝은 인간의 신경 구조를 모방한 심층 기계 학습 방법이다.

AI 과학 연구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네이처는 여러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통합해 인간이 하던 작업을 대신하는 소프트웨어인 AI 에이전트가 더욱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일부는 인간의 감독 없이도 작동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LLM은 챗GPT처럼 인간이 만든 수많은 문장을 학습해 사람이 이야기하듯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 같은 방식으로 원하는 글도 작성할 수 있다.

내년에는 AI가 주도한 첫 번째 중대한 과학적 진전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네이처는 예측했다. 하지만 과학 연구에 AI를 더 많이 쓰면서 일부 시스템의 심각한 결함도 나타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미 AI 에이전트가 데이터 삭제와 같은 오류를 범하기 쉽다는 점을 보고했다.

◇유전자 교정과 암 혈액 진단도 발전

올해 처음으로 유전 질환을 가진 아기에 대한 유전자 교정 임상시험이 성공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연구진은 올해 KJ 멀둔이라는 아기에게 세계 최초로 개인 맞춤형 유전자 교정 치료를 했다. 멀둔은 단백질이 제대로 분해되지 않는 희소 유전 질환인 중증 CPS1 결핍증을 가지고 태어났다. 멀둔은 생후 6개월부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문제가 된 유전자를 교정하는 치료를 세 차례 받고 스스로 앉기 시작할 정도로 운동 기능을 회복했다.

내년에도 희소 유전질환을 가진 어린이 환자를 위한 유전자 교정 임상시험이 두 건 진행된다. 멀둔을 치료한 연구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필라델피아에서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진은 멀둔 치료에 썼던 방식으로 7개 변이 유전자 변이를 교정하기로 했다. 다른 연구진은 내년에 면역계 유전 질환을 대상으로 유사한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는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 지하에 위치한 세계 최대 입자 가속기로, 둘레가 27㎞에 달한다. 빅뱅(대폭발) 당시를 재현해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히는 지상 최대의 과학 실험 장치이다./CERN

◇해저 뚫고 기본 입자 밝히는 거대 장치

초대형 실험 장치들도 주목된다. 내년 중국 해양 시추선 멍샹호(夢想號)가 첫 과학 탐사에 나선다. 멍샹호는 해양 지각을 최대 11㎞ 깊이로 시추해 시료를 채취한다. 이를 통해 해저가 어떻게 형성되고 무엇이 지각 활동을 이끄는지 알아낼 계획이다.

스위스 제네바 근처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내년에 대형강입자충돌기(LHC)에 대한 대규모 업그레이드를 진행한다. LHC는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 지하에 위치한 세계 최대 입자 가속기로, 둘레가 27㎞에 달한다. 우주가 탄생한 빅뱅(대폭발) 당시를 재현해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히는 지상 최대의 과학 실험 장치이다. 양성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하고 충돌시켜 그때 나오는 기본 입자들을 연구한다.

미국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는 내년 4월까지 Mu2e 검출기 건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Mu2e는 '뮤온-전자 변환'의 영어 약자이다. 입자물리학자들은 기본 입자의 하나인 뮤온을 원자핵에 충돌시켜 전자로 바뀌는지 직접 찾아내면 입자물리학의 근본적인 이해를 바꾸는 발견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데이터 수집은 장치 조정 후 2027년에 시작될 예정이다.

지난 9월 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신 중 진통제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증과 연관이 있다"고 말하는 모습. 왼쪽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로이터 연합뉴스

◇과학에 어둠 드리운 트럼프의 두 번째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학에 미친 충격파는 2026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트럼프 임기 첫해는 미국 과학 정책에 큰 변화를 안겼다. 과학 예산 삭감을 둘러싼 백악관과 의회 간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백신 반대론자가 보건부를 이끌면서 공중 보건 정책도 흔들렸다.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도 약화될 수 있다.

미국 대학들은 유학생과 과학자들의 이동을 제한할 수 있는 이민 관련 규제를 해결해야 한다. 연구 기관들은 연방 보조금과 일자리 감축을 둘러싸고 법정 다툼에 휘말릴 수 있다. 네이처는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 연구 우선순위를 인공지능(AI)과 양자기술로 재조정했다"며 "일부 연구자들은 이를 환영하지만, 다른 이들은 다른 분야의 자원이 이탈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5-036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