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킬로노바(superkilonova)의 최종 단계: 두 중성자별이 합쳐지면서 킬로노바를 유발하고, 이 과정에서 우주로 퍼진 중원소들이 붉은 빛을 발한다./미 캘리포니아공대

거대한 별(항성)이 수명을 다하면 폭발해 엄청난 빛을 낸다. 바로 초신성(supernova)이다.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은하 하나에 맞먹는 밝기로 빛난다. 킬로노바(kilonova)도 죽은 별인 중성자별들이 충돌하면서 주변에 강렬한 빛을 내는 현상이다.

천문학자들이 흔치 않은 두 가지 우주 폭발이 연이어 발생하는 현상을 처음 관측했다. 한 천체가 초신성과 킬로노바로 바로 이어진 슈퍼킬로노바(superkilonova)이다. 별과 행성을 구성하는 다양한 원소들이 우주 폭발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이번 발견은 우주 진화 과정을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중 폭발로 발생한 중력파와 빛 포착

만시 카슬리왈(Mansi Kasliwal)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천문학과 교수 연구진은 "초신성과 킬로노바가 결합한 슈퍼킬로노바일 가능성이 큰 우주 폭발을 처음으로 목격했다"고 지난 16일(현지 시각)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실렸다.

별은 마지막에 초신성으로 폭발하면서 우주를 탄소와 철 같은 무거운 원소로 채운다. 또 다른 우주 폭발인 킬로노바는 초신성 폭발 직후 남은 중성자별들이 서로 충돌할 때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금과 우라늄 같은 더 무거운 원소들이 생성된다. 이러한 중원소들이 다시 별과 행성, 생명체를 이룬다.

연구진은 지난 8월 18일 미국의 라이고(LIGO)와 이탈리아 비르고(Virgo), 일본 가그라(KAGRA) 관측소에서 초신성과 킬로노바가 결합한 우주 폭발에서 나온 중력파를 검출했다고 밝혔다. 중력파는 블랙홀 합병이나 별의 폭발 등 초대형 사건이 일어날 때 중력 에너지가 물결처럼 퍼져 나가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확실히 확인된 킬로노바는 2017년에 발생한 GW170817뿐이다. 당시 두 중성자별이 충돌하며 시공간에 파동을 일으켰다. 중력파와 함께 빛의 파동도 우주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라이고와 비르고가 중력파를 검출했고, 지상과 우주망원경 수십 대가 빛의 파동을 포착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포착한 우주 폭발이 사상 두 번째 킬로노바로 확증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상황은 전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후보 킬로노바인 AT2025ulz는 불과 몇 시간 전에 발생한 초신성 폭발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됐다. 단순한 킬로노바가 아니라 초신성과 결합한 슈퍼킬로노바라는 말이다.

수명이 다한 별이 폭발하는 초신성(supernova)과 두 중성자 별이 충돌하면서 빛을 발하는 킬로노바(kilonova) 현상이 겁친 슈퍼킬로노바가 처음으로 관측됐다./미 캘리포니아공대

◇별이 죽고 중성자별 되며 이중 폭발

카슬리왈 교수는 "처음 3일 정도는 이 폭발이 2017년 첫 번째 킬로노바와 똑같이 보였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초신성과 비슷해지자 일부 천문학자들은 관심을 잃었지만 우리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번에 관측한 중력파와 빛이 초신성에 의해 촉발된 킬로노바인 슈퍼킬로노바일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이러한 사건은 가설로만 존재했을 뿐 실제로 관측된 적은 없었다.

먼저 미국의 루이지애나와 워싱턴에 있는 라이고와 이탈리아의 비르고가 중력파 신호를 포착했다. 몇 시간 뒤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팔로마 천문대가 중력파가 나온 곳에서 급속히 어두워지는 적색 물체를 최초로 포착했다. 이 빛은 13억 광년(光年·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곳에서 왔다.

하와이의 케크 천문대, 독일 벤델슈타인 천문대 등 전 세계 천체망원경 12개가 이곳에서 추가 정보를 수집했다. 관측 결과 이 빛의 폭발은 적색 파장에서 빛났는데, 이는 8년 전 관측한 GW170817 킬로노바와 같았다. GW170817 킬로노바의 붉은색은 금이나 우라늄 같은 중원소에서 나왔다.

연구진의 설명은 이렇다. 먼저 거대한 별이 초신성으로 폭발하며 중성자별을 만들었다. 중성자별은 초신성 폭발 후 남은 별의 핵이 압축돼 원자 내부의 원자핵과 전자가 합쳐져 중성자로 변하면서 만들어지는 별이다. 중성자별은 블랙홀 다음으로 밀도가 큰 천체다. 질량이 태양의 2~3배이지만 지름은 샌프란시스코 정도인 25㎞로 압축된다.

별이 초신성으로 붕괴된 후 보통 하나의 중성자별을 만드는데 이번에는 두 개의 중성자별을 탄생시켰다. 연구진은 "거대한 별의 핵이 둘로 갈라질 때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죽은 별인 중성자별 두 개가 충돌해 킬로노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중성자별 두 개는 서로 나선형으로 접근하며 공전하다가 합쳐져 중력파를 발생했다는 것이다.

슈퍼킬로노바(superkilonova)의 단계별 상상도. 수명을 다한 별이 폭발하는 초신성(왼쪽)이 생기면 탄소와 철 같은 원소를 생성한다. 그 여파로 두 개의 중성자별이 탄생한다(가운데). 두 중성자별의 엄청난 중력은 빛을 휘게 하고 우주를 가로지르는 중력파를 생성한다. 두 중성자별이 합쳐지면서 킬로노바(오른쪽)가 발생해 금이나 백금처럼 붉은 빛을 내는 가장 무거운 원소들을 우주에 뿌린다./미 캘리포니아공대

◇아직 논란 중, 추가 관측으로 확증 가능

그런데 폭발이 일어난 지 며칠 뒤 AT2025ulz는 다시 밝아지면서 수소의 파란색 빛을 보였다. 이를 두고 일부 천문학자들은 AT2025ulz가 평범한 초신성에 의해 촉발됐으며, 중력파 신호와 관련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카슬리왈 교수는 몇 가지 단서들이 특이한 일이 발생했음을 암시했다고 말했다.

AT2025ulz는 고전적인 킬로노바 GW170817과 다른 점이 있지만, 평범한 초신성과도 달랐다. 또한 라이고-비르고의 중력파 데이터는 합쳐진 중성자별 중 적어도 하나가 우리 태양보다 질량이 작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는 두 개의 작은 중성자별이 합쳐져 킬로노바를 생성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슈퍼킬로노바 이론을 검증하는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은 사례를 찾는 것이다. 카슬리왈 교수는 "향후 킬로노바 사건들은 2017년의 GW170817과 다르게 보일 수 있으며 초신성으로 오인될 수도 있다"며 "창의적인 자연의 신비를 풀려고 할 때는 눈을 크게 떠야 한다"고 말했다. 슈퍼킬로노바처럼 기존과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킬로노바 관측 경쟁에 뛰어들었다. 서울대는 칠레 산티아고에서 약 480㎞ 떨어진 안데스산맥 엘 사우스 천문대에 다파장 광학망원경을 설치했다. 이형목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가 이끄는 중력파우주연구단은 이 망원경으로 중력파가 발생하고 바로 나오는 빛인 킬로노바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포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참고 자료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2025), DOI: https://doi.org/10.3847/2041-8213/ae2000

Nature(2017), DOI: https://doi.org/10.1038/nature24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