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뉴스1

정부가 기초연구 투자의 예측 가능성과 연구 안정성을 회복하고, 청년 연구자부터 최우수 석학까지 성장 경로 전반을 지원하는 종합 대책을 내놨다. 개인연구 기간을 최대 5년으로 늘리고, 후속연구 연계를 강화하는 한편 대학에는 성과 기반 블록펀딩 도입을 추진해 연구 기반 투자 여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제2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기초연구 생태계 육성 방안'을 심의·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에는 2030년 세계 5대 기초연구 강국 도약을 위한 4대 전략과 12개 과제가 포함됐다. 정부는 목표를 수치로도 제시했는데, 상위 1% 연구자(HCR)를 올해 54명에서 2030년 100명으로 확대하고, 네이처 인덱스 상위 100위 대학(기관) 수를 올해 2개에서 2030년 5개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노벨상·울프상·튜링상 등 세계 최고 권위 학술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내걸었다.

이를 위해 연구의 긴 호흡을 보장하는 제도가 마련된다. 개인 연구의 연구 기간을 기존 1~3년에서 3~5년으로 연장하고, 동일 주제에서 심화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후속 연구 연계(연구비 확대 및 최대 2회 지원)를 강화한다. 더 나아가 10년 이상 장기 연구를 촉진하는 '한우물 파기' 연구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확대는 수혜율 지표를 중심으로 체계화한다. 정부는 기초 연구가 실제로 연구자들에게 얼마나 돌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수혜율을 핵심 관리 지표로 삼고, 2030년까지 전체 교원 30%, 전임 교원 50%, 신진 교원 70% 수준의 수혜율 확보를 목표로 기초 연구 투자를 점진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정부 연구개발(R&D) 투자 중 일정 비율 이상이 기초 연구에 투입되도록 정부 노력 의무를 명시하는 기초연구진흥법 개정도 병행할 방침이다.

청년 연구자 지원은 규모와 방식 모두 확대된다. 정부는 박사후연구원(포닥)·초기 교원 등 청년 연구자 지원을 향후 5년간 1만명 규모로 확대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톱-티어(Top-Tier) 리더 연구'를 신설하고 글로벌 파트너십 구축을 지원한다. 최우수 석학들이 과학 문화 확산, 이공계 인재 양성, 정책 자문 등 사회적 기여를 확대할 활동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30년 세계 5대 기초연구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초연구 생태계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 대학 블록 펀딩 도입… 연구 인프라·인력 '체질 개선'

대학 연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정·조직 혁신도 추진된다. 정부는 '성과 기반 블록 펀딩' 도입을 추진하고 선도 연구센터의 자립화 등 발전 방안을 마련한다. 특히 대학이 블록 펀딩을 활용해 전임연구원(Staff-Scientist)과 연구 지원 인력 확충, 첨단 연구 시설·장비 투자에 나서도록 유도해 대학 연구 생태계 체질 개선을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블록 펀딩의 대상·규모 등 세부 내용은 현장 소통을 거쳐 구체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방 소멸 대응 차원에서 국가연구소(NRL2.0) 사업 내 '지역 트랙' 신설, 지역 혁신 선도 연구센터(RLRC) 지원 강화도 예고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첨단 기초과학 분야의 중추 기관으로 키운다. 정부는 IBS가 글로벌 우수 인재를 적극 활용·유치할 수 있도록 해외 지사 설립, 해외 연구팀 패키지 유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역할 확대도 핵심 축이다. 대기업 등 민간 기업의 기초 연구 참여를 넓히기 위해 산학연정 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전략적 기초 연구 지원을 위한 민관 매칭 펀드 조성, 기업 계약 연구소 등 다양한 협력 모델 발굴로 민간 투자를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정부는 연구자들이 AI를 접목해 혁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메인별 맞춤형 '기초연구 AI 센터' 40개를 2030년까지 지정·운영하고, 대학의 AI 활용 환경 고도화를 위한 전용 인프라도 구축한다. 이를 통해 난제 해결형 도전 연구를 지원하고 2030년까지 기초연구-AI 융합 연구인력 2000명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다.

연구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평가 혁신도 추진된다. 대학 내 연구지원 인력의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단계평가 폐지·선정평가 간소화에 더해 평가 전 과정에 AI 기술을 점진적으로 도입해 평가자와 연구자의 부담을 낮추고 신뢰성과 전문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원리를 탐구하고 지식의 토대를 축적하는 기초연구는 한국 과학기술 발전의 근간이자 미래 혁신의 출발점"이라며 "연구자들이 걱정 없이 장기·안정적으로 창의적 연구를 수행하고, 그 속에서 세계적 성과가 지속 창출되는 기초연구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