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표면은 울퉁불퉁하다. 곳곳에 깊게 꺼진 구멍이 있고, 이 구멍으로 용암동굴이 이어진다. 보통 용암동굴은 미래 달 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로 여겨진다. 달의 극심한 온도 변화와 우주 방사선, 미세 운석으로부터 우주 비행사와 탐사 장비, 기지 시설을 보호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접근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급경사·암반·낙하 위험이 겹친 가혹한 지형 탓이다. 국내 연구진이 복잡한 기계 없이, 종이접기 구조를 활용해 이 난제를 돌파했다.
KAIST 우주연구원·항공우주공학과 이대영 교수팀은 달의 피트(움푹 패인 곳)와 용암동굴 내부로 진입할 수 있는 전개형 에어리스 휠(바퀴)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무인탐사연구소, 한국천문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양대학교가 함께 개발에 참여했다.
◇'종이접기' 원리로 만든 달 탐사 바퀴
연구팀이 만든 바퀴는 무척 단순한 구조로 완성됐다. 종이접기를 응용한 것이다. 탄성이 뛰어난 금속판을 접어 바퀴 형태를 만든 덕분에, 경첩이나 스프링 같은 복잡한 기계 부품 없이도 작게 접을 수도 있고 필요하면 크게 펼칠 수 있다.
접으면 지름 23㎝, 펼치면 50㎝까지 커진다. 덕분에 작은 로버도 깊은 턱이나 커다란 바위, 급경사 지형을 넘을 수 있다.
성능 시험 결과도 좋았다. 연구진은 달의 흙을 모사한 인공 월면토에서 주행 시험을 해봤다. 달 중력 기준으로 100m 높이에서 떨어뜨리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바퀴의 형태와 기능이 망가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 갖가지 충격에도 바퀴가 잘 버텼다는 뜻이다.
이대영 교수는 "이번 전개형 바퀴는 그간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달 피트와 용암 동굴 진입에 대한 답을 처음으로 제시한 기술"이라면서 "한국이 독자적인 달 탐사 시대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