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보다 지구 온도가 4도 오르면, 빙하 소멸 속도는 2050년 전후에 연간 약 4000개로 정점을 찍고, 2100년 무렵엔 전 세계 빙하가 지금의 10% 정도인 약 1만8000개 정도만 남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Zürich) 란데르 판 트리흐트 박사팀은 1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 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한 내용이다.
전 세계 빙하는 2040~2050년대에 1년에 수천 개씩 사라지는 이른바 '멸종의 정점'을 맞게 되는데, 이 규모는 앞으로 지구 온도가 얼마나 더 올라가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지구 평균 기온이 1.5~4℃가량 올라갈 경우, 1년에 사라지는 빙하 개수를 시뮬레이션했고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전까지 많은 학자는 빙하가 녹는 속도를 보며 '얼마나 줄어드나(면적)', '얼마나 가벼워지나(질량)' 등을 주로 연구해 왔다.
트리흐트 박사 연구팀은 반면 '개수'에 방점을 뒀다. '앞으로 빙하가 몇 개나 완전히 사라질까'를 따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알기 위해 전 세계 빙하 목록(RGI 6.0)에 올라 있는 최소 1헥타르(축구장 1개 크기 정도) 이상의 빙하 약 21만5000개를 대상으로, 지구가 얼마나 더워지느냐에 따라 이 빙하들이 언제 얼마나 많이 사라질지 2100년까지 계산했다.
그 결과 지구 온난화가 심해져 기온이 4℃ 정도 올라간다면, 전 세계 빙하는 1만8000개 정도만 남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또한 같은 조건에선 빙하는 2050년엔 1년에 4000개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파리협정 목표대로 지구 기온이 1.5℃ 정도만 올라가면, 빙하는 10만개 정도는 남을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팀은 또한 같은 조건에서 빙하는 2041년쯤엔 연간 2000개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다니엘 파리노티 교수는 "지구 온도가 1.5℃가 올라가면 현재 빙하의 절반이 살아남지만, 4℃가 올라가면 10분의 1만 살아남는다는 얘기"라면서 "기후변화 대응이 얼마나 시급한지 보여주는 연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