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의 4세대 기술이 적용된 27인치 OLED 모니터 패널./LG디스플레이 제공

이연진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진이 LG디스플레이와 함께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양산에 널리 쓰이는 핵심 소재 '마그네슘 플루오라이드(불화마그네슘)'가 실제 성능을 끌어올리는 이유를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마그네슘 플루오라이드는 마그네슘과 불소 원자가 결합된 화합물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고 생산 공정이 안정적이라 OLED 패널의 정공 주입층 소재로 오래전부터 사용돼 왔다. 정공 주입층은 전하가 잘 들어오도록 돕는 층이다.

하지만 문제는 마그네슘 플루오라이드가 원래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절연체'로 알려져 있었다는 점이다. 전하가 움직여야 하는 정공 주입층에서 절연체가 왜 성능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와 산업계 모두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제조 현장에서는 원리를 모른 채 경험과 시행착오로 공정을 맞춰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 오랜 의문을 풀기 위해 마그네슘 플루오라이드가 유기물 반도체와 섞일 때 일어나는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절연체로만 여겨지던 마그네슘 플루오라이드가 유기물 분자에서 전자를 끌어온다는 것을 처음 확인했다. 쉽게 말해, 별도의 외부 자극이 없어도 유기물과 마그네슘 플루오라이드가 섞이는 순간 전자 이동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마그네슘 플루오라이드는 정공, 즉 '양전하 운반자'를 늘렸다. 실제로 기존보다 정공 농도를 50배 이상 증가시켰다. 정공이 많아지면 전하 흐름이 원활해져 OLED가 빛을 내는 과정이 더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연구진은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도 확인했다. 마그네슘 플루오라이드가 유기물과 섞이면 원래처럼 결정 구조를 만들지 않고 유리처럼 무질서한 '비정질 상태'로 바뀐다는 점이다. 이 구조 변화는 서로 다른 재료가 만나는 경계에서 생기기 쉬운 에너지 장벽을 낮춰, 더 낮은 전압에서도 전하가 쉽게 이동하도록 돕는다.

논문의 제1저자인 송기욱 연세대 박사과정 연구원(LG디스플레이 재직)은 "마그네슘 플루오라이드는 대형 OLED 양산에서 핵심적으로 쓰이지만, 왜 효과가 나는지 분명히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며 "원리가 명확해진 만큼 고효율·장수명 패널 개발에 실제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연진 교수는 "산업에서 먼저 사용되던 기술을 과학적으로 해석해 원리를 규명하고, 그 결과를 다시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선순환의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재료 분야의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지난 30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참고 자료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2025), DOI: https://doi.org/10.1002/adfm.202525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