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한 서울대 대학생들에게 100만원씩 장학금을 주기로 한 권준하 씨, 2025. 5. 29. 서울 서초동/ 조인원 기자

KAIST 학생들은 등산만 열심히 해도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KAIST는 권준하 신익산화물터미널 회장이 KAIST 학생 지원을 위해 '미산(彌山) 등산 장학금' 조성을 목적으로 5억원 규모의 원금 보존형 유언 대용 신탁 펀드를 기부했다고 12일 밝혔다. 장학금 이름 '미산'은 권 회장의 선친의 호(號)에서 따왔다.

이번 기부는 KAIST 최초의 '원금 보존형 펀드 기반 장학 기금'이다. 연간 1억원가량의 수익이 안정적으로 발생해 반영구적으로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다.

유언 대용 신탁은 생전에 자산을 신탁사에 맡기면 사후 지정한 수익자에게 자동으로 이전된다. 이번 기부는 원금(5억원)을 절대 건드리지 않은 채 발생하는 수익만으로 운영되는 장학 기금이다.

권 회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30년 이상 장기 간접 투자로 안정적 자산을 일궈온 투자·경영 전문가다. 서울대·숙명여대·원광대병원·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 111억원 넘게 기부했다.

'미산 등산 장학금' 조건도 독특하다. 성적 우수자나 저소득층 학생에게 주는 일반적인 장학금과 다르다. KAIST가 지정한 '등산 인증 앱'을 통해 산을 오르고 등산 코스를 완주하면 받을 수 있다. 학생들이 규칙적인 신체 활동을 통해 체력을 키우고 성취감을 얻을 수 있도록 이런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연간 7회 등산하면 70만원, 4~6회 산을 오르면 30만원을 지원한다. 매년 약 150명 이내 학생에게 장학금이 지급된다.

권 회장은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세 가지는 펀드, 등산, 그리고 기부였다"면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권 회장은 지난 5월에도 서울대에 5억원을 기부, 7번 이상 등산하면 100만원을 주는 '미산 지덕체 장학금'을 만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