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실패(successful failure)."

지난 3일 중국의 민간 기업 '랜드 스페이스'가 개발한 재사용 로켓 '주췌(朱雀) 3호'가 궤도 진입에 성공하고, 1단 추진체 회수에는 실패한 것을 두고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평가했다.

1단 추진체 회수는 못 했지만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 블루 오리진의 '뉴글렌'도 재사용 발사체 회수 성공까지 실패를 거듭했던 것을 감안하면, 주췌 3호도 성공으로 가는 단계를 차근차근 밟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재사용 로켓 상용화를 위해 빠르게 뛰고 있다. 현재는 발사체를 회수해 다시 사용하는 기술을 확보한 나라는 미국뿐이지만, 중국의 추격이 위협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박상훈

◇일론 머스크도 경쟁 상대로 주목

지난 3일 중국 간쑤성 주취안 위성발사센터. 굉음을 내며 하늘로 날아오른 주췌 3호는 1단 추진체가 지구 저궤도에 도달했으나, 지상 회수 목표 장소 근처 상공에서 불이 붙어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췌3호 총길이는 66.1m, 이륙 중량은 570t 정도다. 스페이스X의 팰컨 9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로켓 모두 재사용이 가능한 1단계와 소모 가능한 2단계로 구성돼 있고, 9개의 엔진으로 구동된다. 1단 추진체는 대기권에 진입한 뒤 남은 연료로 역추진 엔진을 다시 점화, 목표 지점에 떨어지도록 설계됐다.

이번 첫 시도에서 주췌3호의 1단 추진체가 폭발해 회수에 실패한 것에 대해 신화통신은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발사와 비행의 전 과정에 대한 계획의 정확성과 합리성을 검증했다"고 했다.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주췌 3호 1단 추진체에 불이 붙은 직후, 소셜미디어 X에 "신속하고 예정에 없던 분해(RUD·rapid unscheduled disassembly)"라고 조롱했지다. 하지만 앞서 한 달 전엔 주췌3호가 여러 핵심 지표에서 팰컨9을 능가했다면서 "운이 좋다면 5년 안에 팰컨보다 성능이 더 좋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쓴 바 있다. 머스크도 주췌3호를 경쟁 상대로 계속 주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中 '뉴 스페이스', 10여년 만에 도약

실제로 중국의 민간 우주기업은 불과 10여 년 만에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민간 기업에 로켓·위성 개발을 허용한 것이 2014년 말~2015년 초다.

이를 계기로 중견 국유기업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민간 기업을 창업했고, 갖은 시행착오를 이어나갔다. 랜드스페이스 최고경영자 장창우, 스페이스 파이어니어의 창업자 캉융라이 같은 이들이다.

랜드스페이스는 2023년 세계 최초로 액체 메탄을 사용해 주췌2호를 발사하는 데 성공한 기업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메탄 연료는 비교적 깨끗하게 연소되기 때문에 엔진의 성능을 높이고 엔진 청소·정비 시간도 줄여준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번 주췌3호는 재사용 모드에서는 최대 18t, 다른 모드에서는 최대 21t까지 화물을 저궤도에 실어 나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팰컨9의 저궤도 탑재량은 22.8t이다.

스페이스 파이어니어 '톈룽3호'도 하늘로 날아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2022년부터 개발을 시작, 지난 9월엔 1단 추진 테스트에 성공했다. 일각에선 "빠르면 연내에 공식 발사를 할 것"이라고 한다.

중국 국유기업 CASC도 조만간 재사용 가능 중형급 우주발사체 '창정 12A'를 쏘아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1단 부스터 착륙 회수 기술 실험 등은 작년에 마친 상태다. CASC는 스페이스X의 스타십과 비슷한 규모의 로켓 '창정 9호'도 개발하고 있다. 높이 110m, 지름 10.6m 정도의 대형 로켓이다. 재사용 모드를 사용할 경우엔 저궤도까지 50t, 일회용으로 쓸 경우엔 150t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판 스타링크' 실현에 활용

중국은 현재 두 종류의 거대 위성그룹을 완성하려고 한다. 국가 주도로 완성하는 '궈왕(Guowang)'과 상하이시가 주도하는 '첸판(Qianfan)'이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에 맞서 자체 저궤도 위성 인터넷망을 구축하려는 시도다. 궈왕은 2035년까지 1만2992기, 첸판도 2035년까지 1만2000기의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위성을 쏘아 올리려면 재사용 로켓 기술 확보가 필수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재사용 발사체 시장에서 더욱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