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종이에 알록달록한 크레파스로 색칠하고, 그 위를 검은색으로 덧칠한다. 이제 뾰족한 칼로 살짝 긁어내면서 화려한 속살을 드러낸다.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한 번쯤은 경험한 '스크래치 아트'다. 이런 방식으로 꾸민 초등학생 작품처럼 보이는 이 사진의 정체는 무엇일까.

/미 항공우주국(NASA)

이 사진은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팀이 지난 3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 나오는 이미지다. 중국이 내년 말에 발사할 예정인 차세대 우주망원경 '쉰톈(巡天)'이 임무 수행 중 보게 될 미래의 밤하늘을 시뮬레이션한 사진이다. 수많은 빗금 가운데 밝게 보이는 덩어리가 NGC 5353과 NGC 5354로 이루어진 은하쌍이다. 사진 위를 촘촘히 가로지르는 흰색과 검정색 사선들은 위성 궤적이다. 마치 위성이 하늘을 마구 긁어놓은 흔적 같다.

이번에 연구팀은 2040년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이 56만기에 달했을 경우에 우주망원경 관측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분석한 결과를 밝혔다. 분석 대상으로 삼은 우주망원경은 쉰텐, NASA의 허블과 스피어엑스, 2030년 발사 예정인 유럽우주국(ESA)의 아라키스(ARRAKIHS)다. 분석 결과, 관측 이미지 가운데 위성 궤적이 포함될 비율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약 40%, 다른 3종 우주망원경은 약 96%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고도 450㎞에서 운행할 쉰텐은 관측 사진 한 장당 평균 92개 위성 궤적이 들어갈 정도로 피해가 클 것으로 분석됐다. 우주망원경이 촬영하는 사진에서도 천체를 정확하게 구별하기 어렵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뿐 아니라 최근 중국과 유럽도 잇따라 군집 위성 구축에 나서면서,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 수는 1만5000기를 넘어선 상태다. 여기에 세계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들의 향후 위성 발사 계획을 모두 반영하면, 2040년 무렵엔 궤도 위성 수가 약 56만 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몇 년 전부터 천문학계는 지상에서의 천체 관측에 군집 위성이 심각한 방해가 된다고 성토했다. 위성의 태양광 패널과 금속 몸체 등이 빛을 반사해 실제 별을 구별하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상뿐 아니라 우주망원경의 천체 관측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연구가 이번에 나온 것이다. 지상에서도, 우주에서도 '별 볼 일 없는' 밤하늘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동요 가사의 '작은 별'이 '작은 위성'으로 바뀔 우려도 그만큼 커진 셈이다. "반짝반짝 작은 위성~ 아름답게 비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