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계속해서 치매 환자가 증가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첨단 IT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8일 영국 BBC가 보도했다.
지난해 일본에선 치매를 앓는 어르신 중 1만8000명 이상이 집을 나가 행방불명됐고, 이 중 500명 가까이는 결국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이런 사례는 2012년 이후 두 배로 늘었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 중 하나다.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약 30% 가량이다. 모나코 다음으로 높은 비율이다. 갈수록 일할 사람은 줄어드는데, 외국인 요양 인력도 엄격하게 제한돼 있어 어르신 돌봄 위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에 최근 치매를 가장 시급한 국가 과제로 꼽기도 했다. 일본 보건 당국에 따르면, 치매 관련 의료·복지 비용이 2025년 9조엔에서 2030년 14조엔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 노인을 지키고 보호하는 기술이 국가적으로 절실한 이유다.
◇치매 대응 위해 첨단 기술 도입하는 일본
현재 일본 전역에선 치매 어르신들이 길을 잃거나 실종되는 것에 대비해 GPS 장치가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GPS 기반으로 위치를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일본의 보안 기업 'ALSOK' 등이 개발한 이 장치는 치매 노인이 특정 지역을 벗어나면 즉시 알림을 보낸다. 이를 통해 보호자·요양원 직원이 앱으로 실시간 동선을 확인할 수 있고, 일본 전역에 있는 편의점과 마트, 우체국에 설치된 탐지기를 통해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위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2018~2020년에 특히 일본 전역에 매장이 있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생협 마트, 물류 기업 '야마토 운수', 일본 우체국 등과 손을 잡고 GPS 기기 대여 사업을 펼쳤다. 이를 통해 사라진 치매 어르신을 찾는 사례도 비약적으로 늘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치매 초기 신호를 포착하는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후지쯔가 개발한 AI 플랫폼 'aiGait'는 걸음걸이로 치매 초기 신호를 포착한다. 걸음 속도나 방향 전환 움직임, 일어설 때의 모습 같은 데이터를 분석해 치매 초기 증상을 조기에 감지하는 기술이다. 햄스트링 근육, 뼈의 모양을 측정하는 서비스도 같이 제공한다. 후지쯔 측은 "노화로 생기는 질병은 AI로 조기 발견하는 것이 우리의 핵심 목표"라고 했다.
◇돌봄 로봇 개발도 활발
치매 환자를 돌보는 데 쓰일 '미래형 돌봄 로봇'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도쿄 와세다 대학 연구진은 인간형 돌봄 로봇 'AIREC'을 개발하고 있다. 이 로봇은 양말 신겨주기, 달걀 스크램블 만들기, 빨래 개기 같은 동작을 할 수 있다. 연구팀은 미래에는 성인용 기저귀 교체, 욕창 예방 같은 고난도 돌봄 작업도 가능하게 만들 계획이다.
샤프가 만든 감정 케어 로봇 '포케토모'는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작은 형태의 로봇이다. 혼자 사는 어르신에게 약 복용 시간이나 날씨를 알려주고, 심심할 땐 말도 걸 수 있다.
일본 요양시설 중엔 이미 로봇을 도입한 곳이 적지 않다. 로봇이 음악을 틀어주거나 스트레칭 동작을 알려주는 식이다. 침대에 AI 로봇을 설치해 어르신들의 수면 질과 호흡 상태도 모니터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