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아기 시술(IVF)을 받으려는 부부가 배아의 키나 지능지수(IQ) 등을 예측하는 분석 서비스를 받는 경우가 늘면서, 영국에서 '현대판 우생학'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는 영국 부부들이 배아의 유전체 데이터를 미국 기업에 보내 IQ, 키, 질병 위험 등을 예측하는 분석을 의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난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에선 '뉴 클리어스 게노믹스', '헤라사이트'처럼 배아를 분석하고 유전적 특성을 평가하는 서비스 제공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헤라사이트는 약 5만달러(약 7000만원) 검사비를 내면 당뇨병과 암을 비롯한 질병 위험성과 신체·인지적 특성까지 평가해준다고 홍보하고 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런던의 불임 클리닉을 찾은 한 여성(29)은 "당뇨병 같은 병에 걸릴 위험이 낮고 지능은 높은 배아를 선택하고 싶다"면서 "(이게) 사립학교 학비보다 싸고 효과적인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불임 클리닉 관계자는 "환자가 '1번 배아를 이식해 달라'고 요구하는데, 클리닉이 '3번 배아를 선택하겠다'고 거부해 소송을 당한다면, 법원도 결국엔 환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우성 배아'를 이식받겠다고 요구하는 부부들을 막을 방법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선 배아 분석 서비스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고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유럽유전학회는 "다유전자 검사를 배아 선별에 활용하는 것은 대단히 문제가 있으며 불법적인 요소가 크다"는 입장을 내놨다.
저명한 유전학자인 앵거스 클라크 영국 카디프대 교수도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부모들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하고 있다"며 "이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