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투데이'가 AI가 투표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 AI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 /India Today

인공지능 챗봇과 대화만 나눠도 유권자 마음이 달라진다?

선거를 앞둔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기존 정치 광고나 캠페인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엔 AI 챗봇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실제 선거에서 유권자의 정치적 견해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실렸다. 연구팀은 AI가 나름 사실을 기반으로 한 주장(factual claims)을 펼치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더 쉽게 설득당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챗봇과 대화 후 후보 지지도가 달라졌다

저명한 인지 과학자인 미국 코넬대 정보과학과 데이비드 랜드 교수팀은 2024년부터 올해까지 미국과 캐나다, 폴란드 유권자 60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2025년 캐나다 총선, 2025년 폴란드 대통령 선거 기간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것이다.

유권자들에게 먼저 선거 후보에 대한 지지도를 0~100점으로 평가하게 한 뒤, 각 참가자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설계된 챗봇과 대화하도록 했다. 이후엔 같은 후보에 대한 지지도를 다시 평가하게 했다.

그 결과, 미국 대선 기간 트럼프를 지지하던 유권자들은 '3.9점(100점 만점)' 정도 해리스 쪽으로 더 움직였고, 해리스 지지자들은 1.51점 정도 트럼프 쪽으로 움직였다.

연구진은 "이는 2016·2020 대선 기간 진행된 TV·온라인 광고보다 4배가량 효과가 큰 것"이라고 했다.

캐나다와 폴란드에선 AI 챗봇과 대화로 얻는 효과가 더 컸다. 두 나라의 유권자들은 챗봇과 대화 후 평균 약 10점가량이나 지지도가 달라지는 변화를 보였다. 랜드 교수는 "특히 대선이나 총선같이 큰 선거에선 사람들이 마음을 잘 바꾸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정도 변화가 나온 것은 충격적이다"고 했다.

◇'잠깐 변심'이 아니었다

연구팀은 이후 영국에서도 별도로 유권자 7만70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고, 이 결과는 4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도 별도로 공개했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챗봇이 말한 사실이든 허위든 관계없이 똑같이 설득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실험에선 낙태, 이민 같은 700여 개 정치 쟁점에 대해 대화를 나누도록 했는데, 챗봇과 대화한 사람들은 AI가 유도한 방향으로 자신의 견해를 5~10점씩 바꿨다. 연구팀은 "이후 한 달 뒤 다시 실험하고 조사해보니 이 중 3분의 1은 여전히 챗봇과의 대화 후 바뀐 입장이 유지되고 있었다"면서 "챗봇의 설득 효과가 단기적인 착각이 아니라 장기적인 인식 변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사실을 바탕으로 설득하는 AI

연구팀은 AI 챗봇과 대화가 설득력이 큰 이유는 '정책 중심으로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라고 봤다. 챗봇이 사실에 기반한 주장을 펼칠 때 유권자들이 납득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폴란드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챗봇이 사실을 언급하지 못하도록 해봤더니, 이때 설득력은 78% 급감했다고도 했다.

연구팀은 챗봇 주장의 정확도도 따로 조사했다. 이들은 조사한 모든 나라에서 보수 성향 후보를 지지하는 챗봇이 진보 성향 후보를 지지하는 챗봇보다 더 많은 사실 오류를 내놓는 경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랜드 교수는 "AI가 인터넷의 데이터를 학습하기 때문에, 보수 진영의 허위 정보가 더 많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