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에 놓인 아프리카 펭귄이 먹이 감소에 따른 집단 굶주림으로 급격한 개체 수 감소를 겪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펭귄의 주식인 정어리가 인간의 과도한 어획과 기후 변화로 급감하면서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AFP통신과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5일(현지 시각) 영국 엑서터대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산림·어업부·환경부(DFFE) 연구진이 남아공 케이프타운 인근의 주요 서식지인 로벤섬과 다센섬 일대에서 아프리카 펭귄 전체 개체의 약 95%가 8년에 걸쳐 굶어 죽은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 펭귄은 흰색과 검은색이 대비되는 '턱시도' 같은 무늬로 잘 알려져 있으며, 전 세계 1만 쌍도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해 해당 종을 적색목록에서 최고 위험 단계인 위급(CR) 등급으로 지정했다.
조사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1년 사이 두 섬에서 확인된 폐사 개체는 약 6만2000마리에 달했다. 이 기간 남아공 연안의 정어리 개체 수는 과거 최대치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연구진은 "인간의 남획, 해수 온도 상승, 바닷물 염도 변화 등 기후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정어리 자원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리처드 셜리 엑서터대 교수는 "먹이 부족이 심화되면서 번식 개체를 중심으로 대규모 폐사가 이어졌다"며 "이는 아프리카 펭귄에게 치명적인 식량난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에 남아공 당국은 로벤섬과 다센섬을 포함한 주요 서식지 6곳 주변에서 향후 10년간 상업적 어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또 인공 둥지 설치와 신규 서식지 조성 등 보호 대책을 병행하며 펭귄 보존에 나섰다.
셜리 교수는 "어업 규제는 개체 감소를 완화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기후 변화가 계속해서 먹잇감인 정어리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보다 폭넓은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