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물./pixabay

김성재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연구진이 정제수와 수소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회수형 정수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깨끗한 물과 깨끗한 에너지를 동시에 확보하는 일은 현재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그런데 물을 정화하려면 전기가 필요하고, 전기를 생산하려면 다시 물이 필요한 역설적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 두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연구진은 이온농도분극 현상을 활용한 정제수-수소 동시 생산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온농도분극은 이온 선택성 투과막 양단에 전기장이 가해졌을 때, 이온이 막 양쪽으로 분리되면서 한쪽은 농도가 짙어지고 다른 쪽은 옅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개발한 정수 기술은 정화된 물과 수소 에너지를 동시에 생산할 수 있다. 전류를 특수한 막을 통과하도록 흘리는 과정에서 막의 한쪽에서는 염분과 오염 물질이 제거돼 깨끗한 물이 만들어지고, 다른 한쪽에서는 수소 이온이 전극에서 전자를 받아 수소 기체로 환원된다. 즉, 하나의 전기 반응으로 정제수와 수소 생산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원리를 실험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먼저 미세유체 장치를 제작한 뒤, 형광 이미징으로 정제수 영역(이온 결핍 영역)과 수소 기포 발생을 동시에 관찰했다. 이후 3D 프린터로 제작한 손가락 크기의 장치에서 시간당 수 밀리리터(㎖)의 수소 생산과 안정적인 정제수 생산을 실현했다.

그 결과 정수에 사용된 전기 에너지의 약 10%가 수소 에너지로 회수됐으며, 전류가 증가할수록 수소 생산량이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그리고 농도가 높은 소금물에서도 정제수가 안정적으로 생성되는 양상을 보여, 해수 또는 염분이 많은 물에서도 이번 기술이 응용될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 시스템은 단일 막 구조로 구동되며, 별도의 고압 펌프 없이 작동하는 강점을 지닌다. 그 덕분에 장치가 단순하고 가벼워, 휴대용 또는 분산형 정수 장치로 확장할 수 있다. 또 모듈화가 가능한 소형 장치로 개발됐기 때문에, 모듈 조립을 통해 다양한 대형 장치로 확장될 수 있다. 소형 개인용 정수기부터 재난 대응용 이동형 장치까지 다양한 규모로 응용이 가능하며, 군사 작전 지역이나 우주 탐사 환경 등 인프라가 제한된 장소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김성재 교수는 "물과 에너지를 따로 다루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시스템으로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점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앞으로 이 기술을 소형화·모듈화해 재난 현장이나 우주선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누구나 손쉽게 물과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성과는 재료과학 분야의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 머티리얼즈(Communication Materials)'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참고 자료

Communication Materials(2025), DOI: https://doi.org/10.1038/s43246-025-01001-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