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음식 냄새에 노출된 경험이 자녀의 신진대사에 장기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조선DB

엄마가 임신과 수유 기간 중 맡은 특정 음식 냄새로도 아이의 비만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엄마의 고지방 식단이 아이의 비만 위험을 높이는 이유를 열량이나 영양 성분 때문인 것으로 봤지만, 음식의 향기 같은 감각 정보도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소피 스테쿨로룸(Sophie M. Steculorum) 독일 막스플랑크 대사 연구소 그룹 리더 연구진은 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에 임신 중 특정 음식 냄새에 노출된 경험이 자녀의 신진대사에 장기적인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음식에는 열량이나 영양소뿐 아니라 공기 중으로 퍼지는 휘발성 화합물, 즉 냄새 성분이 포함돼 있다. 이런 냄새 성분은 양수나 모유를 통해 태아와 신생아에게 전달될 수 있다. 이전 연구에서는 이런 감각 자극이 아이의 음식 취향이 형성되는 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비만이나 당뇨 같은 대사 질환의 위험까지 바꿀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임신한 생쥐에게 일반 사료, 그리고 영양 성분은 같지만 베이컨 향이 첨가된 사료를 각각 먹였다. 이를 통해 열량이나 영양소의 영향은 배제하고, 냄새와 향 같은 감각 신호의 효과를 따로 관찰했다.

그 결과, 임신 기간 중 어미 쥐의 체중 증가나 태아의 성장에는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베이컨 향에 노출됐던 새끼 쥐들은 성체가 된 뒤 고지방 식단을 먹자 체지방이 더 많이 쌓이고,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졌으며, 에너지 소비량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고지방 식단을 먹어도 냄새에 노출된 쥐들이 훨씬 쉽게 살이 찌는 몸 상태가 된 것이다. 인슐린 저항성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상태로, 당뇨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연구진은 뇌 분석을 통해 그 이유를 찾았다. 베이컨 향에 노출된 쥐들의 뇌에서는 먹는 즐거움을 조절하는 부위인 '보상 회로'와 식욕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의 활동이 비만 쥐들의 뇌 반응과 비슷하게 변했다.

쉽게 말해, 임신·수유 초기 동안 음식 냄새 같은 감각 자극이 뇌의 먹는 습관을 미리 학습시키고, 대사 체질을 프로그램처럼 설정해 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는 생애 초기, 특히 태아와 신생아 시기에 경험하는 감각 자극이 평생의 에너지 대사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도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참고 자료

Nature Metabolism(2025), DOI: https://doi.org/10.1038/s42255-025-014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