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디옥시리보핵산(DNA)과 단백질은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분해되지만, 플라스틱은 수백년 동안 남아 환경을 오염시킨다. 미국 연구진이 이 점에 착안해 자연의 분해 원리를 모방한 새로운 플라스틱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 럿거스대 연구진은 일상적인 온도와 조건에서도 스스로 분해되며, 제품별로 수명 설정까지 가능한 플라스틱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화학'에 28일 게재됐다.
연구는 유웨이 구(Yuwei Gu) 미국 럿거스대 교수가 뉴욕의 한 주립공원에서 하이킹을 하다 시작됐다. 그는 숲 속과 호수에 버려진 수많은 플라스틱 병을 보며 '자연이 만드는 고분자는 스스로 분해되는데, 인간이 만드는 플라스틱은 왜 그렇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구 교수는 그 차이를 화학 구조에서 찾았다. 자연산 고분자에는 결합을 약하게 만들어 분해를 돕는 작은 보조 구조가 내장돼 있지만, 플라스틱은 분자를 붙잡고 있는 화학 결합이 매우 단단해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이 단순한 구조 차이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자연의 방식에서 플라스틱 문제의 해답을 찾았다. 플라스틱 내부에 분해를 유도하는 보조 장치를 미리 배치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설계했다. 마치 종이를 미리 접어두면 그 부분이 쉽게 찢어지는 것처럼, 평소에는 튼튼하게 유지되지만, 특정 요인이 작동하면 결합이 빠르게 끊어지도록 했다.
연구 결과, 이렇게 만든 플라스틱은 고열이나 화학약품 없이 상온이나 햇빛 등 일상적 환경에서 기존 대비 수천배 빠른 속도로 자연 분해됐다.
이 기술의 핵심은 분해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조 안의 보조 장치 배치를 조절하면 플라스틱이 며칠 안에 사라지게 만들 수도, 몇 년간 버티게 만들 수도 있다. 자외선이나 금속 이온이 닿았을 때만 분해되도록 하는 스위치 기능도 구현했다.
구 교수는 "보조 장치의 정확한 공간 배치가 분해 속도를 극적으로 바꾼다"며 "필요한 기간만큼 버티고 사라지는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다양한 첨단 소재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봤다. 시간이 지나면 약물을 자동 방출하는 캡슐부터 스스로 사라지는 코팅이나 표면 처리 기술, 지속 기간을 조절하는 스마트 포장재 등에 활용될 수 있다.
현재 연구진은 개발한 플라스틱이 생태계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정밀 분석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초기 실험에서는 분해 후 생성되는 액체가 독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기술을 기존 플라스틱 생산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지, 현재 산업용 플라스틱과 혼용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있다. 상용화를 위해 플라스틱 제조 업체와 협업도 추진 중이다.
구 교수는 "플라스틱은 제 역할을 다한 뒤 자연스럽게 사라져야 한다"며 "이번 연구는 지속 가능한 플라스틱으로 가는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Nature Chemistry(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57-025-02007-3